“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꽃, 비, 바람을 소재로 시련과 역경 속에서 인생과 사랑을 담담하고 솔직한 어조로 표현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시다. 번뇌와 고민을 갖고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해 주는 글귀들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힘들 때마다 시를 읊으며 ‘모든 사람들이 결실을 맺기 위한 아픔의 극복 과정이 있었구나’ 하는 위로와 동질감을 느낀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심심치 않게 ‘꽃길만 걷자’는 표어를 접하며 요즘 세대들은 인생살이에 있어 평탄한 길만을 걷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통상 인생을 산행에 비유하곤 하지 않는가. 산행을 하며 겪는 오르막과 내리막처럼 인생에는 부침이 있다. 보통 오르막만을 떠올리지만 내리막은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인생 후배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하면 공감을 얻기는커녕 ‘꼰대’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사실 나도 그러했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는 1951년 1·4후퇴 때 목격한 전쟁의 참혹성과 당시 피란 생활의 어려움을 전해주곤 하셨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지만 공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부모가 돼 자식들에게 내 성장기와 어려웠던 시절에 대해 말하면 과거의 나처럼 별로 공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꽃길만을 생각하는 인생 후배들을 만나면 조용히 이 시를 건넨다. 세상의 모든 꽃이 비에 젖고 흔들리며 피었듯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며 살아온 마음가짐이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더욱 겸손한 마음과 노력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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