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올해 6월 선수 선발 투명성 제고를 위한 선수단 운영 위원회를 발족했다. (새로 영입한) 알레산드로는 위원회가 검증한 첫 선수로 기록됐다.”
프로축구 K리그 대전 시티즌(로고)은 이번에도 새로 만든 위원회를 해체해야 할 것 같다. 첫 활동부터 한국 축구에 전례 없었던 ‘대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대전은 12일 브라질 1부 리그 플루미넨시에서 뛰던 공격수 마테우스 알레산드로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하루 만인 13일 이 영입을 철회했다. 이유가 충격적이다. 알레산드로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메디컬 테스트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에이즈 감염을 이유로 선수 영입이 취소된 사례는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해프닝 한 건에 너무 많은 ‘엉터리 행정’이 녹아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정리하기도 힘들다. 우선 공식 발표부터 그렇다. 입단 계약서에 선수가 서명하기 전에 선수 영입 소식이 외부로 흘러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구단이 이보다 앞서 공식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다. 급할 게 하나도 없는 발표를 굳이 서둘렀다가 오히려 망신살만 뻗치게 됐다.
발표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운영 위원회 활동을 자랑하려다 일어난 실수를 덮기 위해 선수의 개인 신상인 의료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7조에는 본인 동의 없이는 에이즈 감염자의 정보를 누설할 수 없다. 의료인뿐만 아니라 감염자를 관리하는 사람도 같은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만약 선수가 동의하지 않은 채 이를 발표했다면 구단과 이 발표를 결정한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다. 구단은 최고 3000만 원 벌금, 사람에게는 이만큼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선수의 동의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단에 수차례 연락했다. 홍보팀은 선수단운영팀에 물어보라고, 운영팀은 대표이사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용규 대표이사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전은 12일 발표한 영입 보도 자료에 “플루미넨시와 국제 교류 협약을 맺고 양 구단의 유망주 교류에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선수 교류 협약까지 맺었으면서도 영입 선수의 질병 정보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선수는 이미 원 소속팀과 에이즈 감염 사실을 공유한 채로 경기에 나서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를 포함한 모든 프로팀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단순 염좌 같은 사소한 부상 이력까지 파악하는 게 기본이다.
1997년 11월 창단한 대전은 지금까지 직무대행을 빼고도 대표이사를 지낸 사람이 16명이다. 감독은 감독대행을 빼면 11명, 합치면 17명이 거쳐 갔다. 원칙 없는 선수 및 감독 영입이 반복되자 연고지 팬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 대전은 2부 리그에서 ‘꼴찌에서 2등’을 달리고 있다. 창단 23년째인데도 이렇게 주먹구구 행정을 펼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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