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과소평가하지 말라[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5일 03시 00분


‘옳은 말을 했다’며 동정론이 일고 있는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 그의 비밀 메모를 언론에 유출한 영국 외교부 직원과 이를 보도한 데일리메일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웹사이트
‘옳은 말을 했다’며 동정론이 일고 있는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 그의 비밀 메모를 언론에 유출한 영국 외교부 직원과 이를 보도한 데일리메일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비난한 비밀 메모가 언론에 유출돼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사임했습니다.

여러 건의 메모가 유출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이 다수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건 극히 일부분입니다. 사실 메모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내용들입니다. ‘트럼프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하라’고 영국 관리들에게 충고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의 일부분, 특히 자신을 비난한 부분만 보고 화가 뻗쳐 대럭 전 대사를 쫓아낸 거죠. 메모에 담긴 내용을 볼까요.

△Trump could emerge from the flames, battered but intact, like Schwarzenegger in the final scenes of The Terminator.

대런 전 대사는 미국 부임 3년 만에 할리우드 영향을 받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을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비유합니다. 갖가지 스캔들을 이겨내고 2020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온전하게 불꽃 속에서 걸어 나오는 슈워제네거처럼 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최고의 찬사 아닙니까. ‘터미네이터’와 비교하다니 말이죠.

△Do not write him off.

메모의 결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 ‘Write off’는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단어입니다. ‘빚을 탕감해주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좀 더 일반적으로 ‘제외시키다’ ‘없애버리다’라는 뜻으로 사용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빼버리고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겁니다.

△Keep calm and carry on.

이번 사태로 영국의 반(反)트럼프 감정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심기가 불편한 영국에 보내는 미국인들의 위로 메시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진정하고 하던 일을 계속해(Keep calm and carry on).” 유명한 문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 정부가 국민 사기 진작을 위해 만든 포스터에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너무 열받지 마. 우리는 자주 당하는 일이야.” 미국인들은 영국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은 겁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트럼프 비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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