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사 전문가의 주례사[육동인의 業]〈22〉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6일 03시 00분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결혼식에서 주례사는 ‘약방의 감초’ 이상이다. 요즘 주례 없는 결혼식도 많지만, 이 경우 부모님 말씀 등은 주례사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새 출발을 하는 젊은 부부에게 주는 덕담은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듯하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조직에서 사람을 선발하거나 관리하는 인사(人事)나 직업 전문가들은 배우자 선택을 ‘가장 중요한 선발’로 본다. 한번 잘못 선발하면 얼마나 ‘관리’하기 힘든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인사 전문가들은 어떤 주례사를 할까. 얼마 전 존경하는 분의 주례사를 들으며 무릎을 탁 쳤다. 이 칼럼에서 여러 번 얘기했듯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인생 실전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신랑, 신부, 그리고 부모님들께 보내는 주례의 메시지를 가급적 그대로 옮겨본다.

첫째, 신랑, 신부는 상대방을 자기 스타일로 만들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조직에서건 가정에서건 변하지 않는 사람을 바꿔 보려다가 효과는 보지 못하고, 부작용만 생기는 경우를 왕왕 봅니다. 그 이유는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분이 지금의 모습을 서로 좋아해서 결혼하는 만큼 지금 그대로를 존중하고, 사랑하십시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큰 장점입니다. 배우자라 함은 인생을 살면서 서로에게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배우자’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가 자기 것만을 우기지 말고 서로 상대방을 배우며 살아가면 갈등과 다툼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둘째, 부부 사이에는 어떤 일을 맞닥뜨려도 서로 손해를 보겠다고 생각하십시오. 만약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입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습니다.

‘적자생존’이란 말이 있습니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체가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의 핵심 용어이지요. 이 용어는 한때 ‘적자, 즉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머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적자를 보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조직이나 인간관계에서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나중에 더 잘된다는 의미인데,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이 이익이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라고 생각하면 아마 어떤 다툼도 없이 행복한 일만 있을 것입니다.

셋째,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립니다. 주례사가 끝나면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갈 텐데 이 인사는 며느리와 사위가 집안에 새로 들어온다는 인사가 아니라 아들과 딸이 이제 집을 나간다는 고별인사로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서운하시겠지만 그렇게 마음먹어야 편합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듯 자식들이 집에 찾아오는 횟수도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부모들 스스로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자식들이 집에 오는 게 고맙기도 하고, 노여워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기대수준을 확 낮추면 감사하고 고마운 일만 있을 뿐입니다.

P. S. 이 주례사를 들은 부부가 헤어질 확률은 우리 사회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고 한다.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주례사#인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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