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6일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동맹 19-2)에 대해 “동맹 19-2 훈련이 조(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한미 연합훈련 중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직접 공약하고 (지난달) 판문점에서 거듭 확약한 문제”라며 “우리가 미국과 한 공약에 남아 있어야 할 명분도 사라져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가 예정대로 훈련을 할 경우 비핵화 실무협상 중단은 물론 핵·미사일 실험까지 재개할 수 있다는 협박이다.
북한이 언급한 ‘동맹 19-2’ 훈련은 한국군 주도로 실시하는 한미 연합 위기관리 연습이다. 작년에 폐지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대체하는 것으로 방어에 초점을 둔 통상적 훈련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되는 훈련까지 북한이 트집 잡는 것은 억지스럽다.
북-미 정상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2, 3일 안에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2주가 더 지났는데도 협상은 오리무중이다. 미국은 북한에 협상장소 선정까지 일임했는데 북한은 새로운 협박 카드를 꺼낸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향해 “처음에 없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협상)테이블로 오기를 희망한다”고 압박하자 되레 맞불을 놓는 행태다.
북한이 이번에 화살을 미국으로 돌린 것은 한미 훈련을 비핵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협상 재개에 앞서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는 포석이다. 북한이 2·28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실무협상 라인과 전략을 바꾸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준비가 덜 됐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한미는 북측 요구를 일축하며 훈련은 예정대로 실시된다고 밝혔다. 만에 하나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 직거래를 해서 한미 훈련을 중단시키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배제한 채 미국과의 협상만으로 모든 문제를 결정하려는 것은 예상되는 한국의 견제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북한 주장대로 판문점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약속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미 간 정보 공유가 더 긴밀하고 촘촘해져야 북한의 몽니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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