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남녀 동일 임금 가능할까[안영식의 스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한국여자프로골프는 화수분처럼 기대주를 배출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오픈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이다연(22)이 야무진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는 화수분처럼 기대주를 배출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오픈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이다연(22)이 야무진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안영식 스포츠전문기자
안영식 스포츠전문기자
동일 임금의 날(Equal Pay Day)이라는 게 있다. 같은 일을 하고도 같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남녀 근로자의 임금이 동일해지는 날이다. 이는 남녀 성(性) 평등이 실현되는 날이 아니라 각 나라 남녀 불평등의 한 척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정규직 남성이 1년간 받는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정규직 여성이 받는 임금은 65.4%로 34.6%가 적다. 남성이 받은 임금 100을 채우려면 여성은 이듬해 추가로 일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남녀의 임금이 같아지는 날이 동일 임금의 날. 그날이 한국은 올해 5월 1일이었고 유럽은 대략 2월에서 3월이다.

최근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공정한 보상’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우승을 차지한 미국 팀 주장 메건 러피노(34)는 기자회견에서 “남녀 월드컵 상금 격차가 너무 크다. FIFA는 여자 운동선수를 남자만큼 존중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3월 남자 대표팀과 비교해 임금 차별을 받고 있다며 미국축구연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언제쯤 스포츠계에서 남녀 동일 임금이 실현될까. 한마디로 난제(難題)다. 동일 임금의 근거는 동일 노동(Equal Pay for Equal Work)이건만 사무직 등과는 달리 스포츠계는 그 기준 자체를 정하는 게 애매하다. 또한 종목별, 팀별로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남녀 운동선수의 퍼포먼스는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남자 선수는 100m를 9초대에 뛰기에 10초대인 여자 선수보다 결승선을 10m 이상 앞서 통과한다. 이는 연습량과 노력의 결과가 아닌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총상금은 4억 달러(약 4700억 원),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의 총상금은 3000만 달러(약 354억 원).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2023년에는 여자 월드컵의 상금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자 선수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벌어들이는 돈이 다르면 나눠주는 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성(性)이 아니라 흥행이 관건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 상금은 역대 최고였다. 우승팀 프랑스가 받은 상금은 3800만 달러(약 430억 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이 받은 상금보다 300만 달러가 많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브라질에 돌아간 799만 달러의 거의 5배다.

이 같은 돈 잔치는 TV 중계권료 상승 덕택이다. 러시아 월드컵의 중계권료 수입은 4년 전(25억 달러·약 2조8325억 원)보다 5억 달러(약 5665억 원) 증가했다. 여자 월드컵 총상금이 남자 월드컵 우승 상금에도 못 미치는 건 흥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는 남녀 상금이 똑같다. 단식 통산 695승 155패의 ‘철녀(鐵女)’ 빌리 진 킹(당시 30세·미국)이 1973년 윔블던 챔피언 출신의 남자 테니스 선수 보비 릭스(당시 55세·미국)와 펼친 성(性) 대결에서 3-0(6-4, 6-3, 6-3)으로 이긴 것이 계기가 됐다.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의 지속적인 ‘투쟁’의 결과, US오픈(1973년)을 시작으로 호주오픈(2001년), 프랑스오픈(2006년), 윔블던(2007년)의 남녀 상금이 같아졌다. 하지만 이는 남녀부가 함께 열리는 동일 대회의 전체 파이를 골고루 나눈 측면이 크다. 세계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는 여전히 WTA투어보다 상금이 많다.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 희소성이 결정한다. 프로 선수의 연봉과 각종 대회에서 벌어들이는 상금도 마찬가지다. 세계 남녀 배구 선수를 통틀어 연봉 1위(약 16억 원)로 알려진 김연경(31·에즈자즈바시으)이 대표적인 예다.

엄청난 TV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등의 최종 출처는 팬과 소비자의 지갑이다. 그 지갑을 여는 기준은 그 종목과 선수에 대한 만족도와 인기도다.

국내 남녀 프로골프는 2010년대 들어 매년 ‘거꾸로 동일 임금의 날’이다. 최근엔 여자 프로의 획득 상금이 남자 프로의 2배 이상이다. 여자 대회 수가 남자의 거의 2배나 되기 때문이다. 2019년 1부 투어 기준으로 여자 대회는 29개, 남자 대회는 16개. 남자투어는 6개월 이상 ‘개점휴업’인 반면 여자투어는 혹한기, 혹서기가 아니면 신설 대회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세상사 이치는 비슷하다. 본인 하기 나름이다.

안영식 스포츠전문기자 ysahn@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스포츠계 남녀 동일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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