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일반고 지원을 늘리는 ‘일반고 전성시대 2.0’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택시기사’ 발언을 놓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재벌의 자식과 택시기사의 자식이 한곳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섞임의 교육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발언을 전한 기사에는 “재벌은 상류층이고 택시기사는 하류층이라는 말이냐” “가족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특정 직업군을 ‘서민’의 예시로 든 것은 경솔하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자신을 ‘택시기사의 자녀’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비록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지 않았지만, 아주 행복하고 좋은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부정적이고 최저층을 대변하는 가정으로 묘사하시나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본보 독자센터에도 항의전화가 이어졌다. 기사를 읽은 몇몇 독자는 “택시기사가 무슨 잘못인가.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이런 식으로 언급한 조 교육감의 발언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조 교육감은 이튿날인 18일 서울 성동공고의 ‘진로특강’에서도 “섞임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재벌의 자녀, 택시 운전사의 자녀, 청소부 자녀가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발언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청소부 자녀’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같은 날 출연한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도 그가 ‘택시기사’ 발언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평소 소신을 밝힌 게 아닌가 싶다.
조 교육감은 ‘평등한 교육’을 강조하려던 의도에서 이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인격과 자존심을 무시당한 것 같아 화가 많이 났다. 조 교육감이 그토록 비판하는 ‘경쟁적 입시풍토’의 밑바탕엔 학부모들의 불안이 있다. 이왕이면 자식이 덜 위험한 환경에서, 남에게 상처받지 않고 일하길 원하는 게 부모들의 마음이다. 대체로 이런 직업은 ‘화이트칼라’ 집단에 몰려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로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차별적이다. 이런 노동구조와 직업관이 버티고 있는 한 시험의 방식이나 학교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 지금의 입시풍토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조 교육감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두 아들을 외국어고에 보낸 그는 “용기가 없어서 자녀들을 주류로 키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의 교육 수장이라면 일부 학교를 ‘특권학교’라며 폐지해야 한다고 하기 전에, 자신부터 누군가를 계층에 따라 구분하고 있지 않은지 먼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조 교육감의 직업관에서 계층 피라미드 프레임이 엿보여 씁쓸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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