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停戰후 첫 영공 침범한 러… 주권 침해에 단호히 대응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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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어제 오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해 우리 전투기가 차단기동에 나섰음에도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우리 전투기의 경고사격까지 받자 빠져나갔던 러시아 군용기는 20분 뒤 다시 영공을 침범했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앞서 중국 폭격기 2대와 러시아 폭격기 2대는 울릉도 인근 KADIZ를 세 차례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다.

다른 나라 군용기의 우리 영공 무단 침범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도 처음이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해 침범은 매우 대담하고 위험천만했다. 최초 침범에서 80발의 경고사격을 받고도 두 번째 침범을 감행해 280발의 경고사격을 받았다. 러시아 조종사가 우리 영공임을 모르고 실수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런 행위는 분명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일 것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해 동해상에서 훈련을 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영공 침범이 일어난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례없는 우호관계를 과시하며 군사적 협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가 중국을 거들고 있다.

중-러의 KADIZ 침범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늘어왔다. 중국의 경우 작년에만 8차례였다. 사전 통보 절차를 무시한 KADIZ 침범도 그렇지만 우리의 배타적 주권이 미치는 영공을 침범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청와대가 러시아에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부가 주한 러시아·중국대사와 국방무관을 불러 항의했다지만 부족하다. 그러니 중국은 “KADIZ가 한국의 영공이 아니다”라고, 러시아는 “한국 전투기로부터 위협을 당했다”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주권 침해에 단호히 대처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중-러의 도발은 한미일 3각 협력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일본이 평화헌법 수정 등 재무장화를 시도하는 것은 중-러 군사협력의 명분이 되고 있고, 최근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관계는 중-러의 오판을 부추길 수 있다. 여기에 북한까지 가담한다면 동해, 나아가 동북아시아는 북-중-러 3국의 뒷마당 훈련장이 될 수도 있다. 강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일관계를 시급하게 복원해야 하는 이유다.
#중러 도발#군용기#독도 영공#kadiz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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