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권을 소지한 60대 여성 이모 씨가 지난달 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국적을 보유한 채 러시아에서 난민 자격으로 생활해 온 조교(朝僑·해외 거주 북한 국적자)인 이 씨는 현재 서울 시내의 지인 집에 머물고 있다. 출입국 당국이 취한 조치는 이 씨에게 한국 국적을 받으려면 국적 취득 신청을 하라고 안내한 것이 전부다.
헌법과 대법원 판례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 지위를 갖고 있어서 대공이나 범죄 혐의가 없다면 입국을 막을 수 없다. 국가정보원과 군, 경찰 등 정부기관 합동조사에서도 이 씨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입국이 허용됐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고 해도, 북한 국적자인 이 씨가 입국 직후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서울 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은 상식 밖이며 출입국 관리 허점을 노출한 일이다.
탈북자는 탈북 동기와 과정 등에 대해 수개월간 합동심문조사를 받아야만 거주·이전의 자유가 주어진다. 하지만 중국에서 나고 자랐고 성인이 된 뒤 북한 국적을 선택한 이 씨는 탈북자로 볼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 덕분에 까다로운 합동심문조사를 면제받았다. 만에 하나 이런 허점을 이용해 북한이 조교를 포섭해 테러 목적으로 침투시키거나, 조교로 신분을 꾸민 간첩을 내려보낸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은 북한에 주소와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이 있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만 탈북자로 인정한다. 이 씨처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북한 국적을 취득한 사람도 탈북자로 인정할지, 탈북자가 아니라면 어떤 법적 지위를 인정할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조교가 북한 여권을 이용해 입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출입국 관리 체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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