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 준결선. 박수진(경북도청)이 100m 구간까지 1위를 지키자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 선수가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라고 방송했고 관중석에서는 큰 함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뒷심 부족으로 결국 조 7위(2분9초97)에 그쳤지만 관중은 끝까지 선전을 펼친 박수진에게 박수를 보냈다. 예선에서 17위를 하고도 기권 선수가 생겨 턱걸이로 준결선에 오른 박수진은 준결선에서 13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2015년 러시아 카잔 대회에서 20위,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에서는 18위를 했던 박수진으로선 다시 한 번 도약한 셈이다.
이주호(아산시청)는 25일 남자 배영 200m 예선에서 1분57초80으로 전체 12위로 남자 선수 중 처음 예선을 통과했다. 이날 여자 평영 200m의 백수연(광주시체육회)도 준결선에 올랐고, 여자 계영 800m 선수들은 12위를 해 결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고배의 연속이었다. ‘수영의 꽃’인 경영이 21일부터 진행됐지만 22일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선에서 6위를 기록한 김서영(경북도청, 우리금융그룹) 외에 준결선, 결선이 열리는 오후 8시 이후 수영장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김서영에 이어 박수진 등이 선전을 펼치며 한국 수영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마린보이’ 박태환은 대청중 시절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험을 잊지 못한다. 당시 한국 선수 477명 중 최연소로 참가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출발 직전 중심을 잃고 풀로 떨어져 팔 한 번 저어보지 못하고 실격당했다. 박태환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올림픽에서의 실수 경험을 발판 삼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선수들에게 큰 대회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루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 가능한 한 많은 선수를 출전시켰다. 당초 선발 기준이었던 국제수영연맹(FINA) A기록과 대한수영연맹(KSF) 기준기록 통과자가 13명에 그치자 FINA B기록을 기준 삼아 역대 최대 규모인 29명을 선발했다.
큰 대회는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박수진은 “운 좋게 준결선에 올랐지만 막상 겨뤄 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김서영은 “개인혼영 400m에서는 메달을 획득하겠다”고 했다.
아직 한국 수영이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광주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룬 한국 선수들은 ‘못 넘을 벽은 아니다’란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광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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