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로 중계된 광주 클럽 붕괴… 기본 안 지킨 부끄러운 人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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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의 클럽에서 27일 불법 증축한 복층 구조물이 붕괴돼 손님 2명이 숨지는 등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에는 금메달 획득을 자축 중이던 미국 여자 수구 대표 등 광주세계수영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 8명도 포함됐다. 이번 사고는 외신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며 어렵게 쌓아올린 국가 이미지에도 큰 흠집을 냈다.

무너진 복층 구조물은 클럽 측이 허가받은 것보다 면적을 늘려 불법 증축한 것으로 이음매 용접 등이 불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클럽 측은 평소 복층 구조물 이용 인원 수 제한조차 하지 않아 사고 순간에는 21m² 남짓한 공간에 40여 명이 몰려 있었다. 돈에 눈이 멀어, 손님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친 것이다. 해당 클럽에서는 지난해 6월 복층 구조물 바닥의 강화유리가 깨지며 여자 손님이 2.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사업주가 벌금을 냈지만 불법 증축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명백한 위험 징후가 있었는데도 잘못을 제때 바로잡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버닝썬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던 3월, 광주 서구는 이 클럽을 특별점검했지만 불법 증축을 문제 삼지 않았다. 구의회가 2016년 7월 클럽 입장 인원과 안전요원 배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조례를 만들었지만 구청은 단 한 차례도 그런 점검을 안 했다. 클럽과 공무원들 사이에 부적절한 유착은 없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 조금도 나아진 게 없음을 보여준다. 피서철 위락시설 등에 사람이 몰리고 호우와 태풍 등 재해 위험도 커지는 계절인 만큼 지자체와 소방당국은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을 서둘러 챙겨봐야 한다. 기본을 지키지 않아 아까운 생명을 잃고,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대형 사고의 악순환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가.
#광주 클럽 붕괴#광주세계수영대회#불법 증축#복층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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