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어떤 순간은 회화처럼 박제되더라도, 영화 밖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정지한 이미지에마저 새로운 의미를 덧대어 놓는다. 전미선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제 살인의 추억 흑염소 장면은 더 이상 평화와 휴식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죽음을 피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음을, 영화 속에서는 잠시나마 쉴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과로와 번민을 벗어날 수 없음을, 그 장면은 상징하게 되었다. 배우 전미선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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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미국 하버드대에서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브린모어대교수를 지냈다. 영문 저서로 ‘A History of ChinesePolitical Thought’(2018년)가 있으며, 에세이집으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가 있다.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의 첫 당선자다. 사상사와 의미사의 관점에서 동아시아의지적(知的) 전통 및 비교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댓글 5
추천 많은 댓글
2019-07-29 11:32:08
좀 전 신문을 읽고 참 좋은 글을 읽었다 싶어 댓글 남김니다. 동아일보에서 좋은 필자를 섭외하셨군요. 살인의 추억을 봤지만 한 꺼풀 벗기니 이런 층이 또 있었군요. 그렇게 보니 영화 포스터의 질문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가 달리 해석됩니다. 건필 기대합니다
2019-07-29 13:26:46
오랜만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참 잘 쓰시네요..
2019-07-29 17:42:57
어머...왠 소설가나 철학자의 글인가 했네요 정외과 교수님이 이런 감수성 깊은 글도 쓰시다니.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