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몽골이다! 한국에 있던 10년 동안 몽골의 여름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기억 속 몽골의 여름은 시원하고 시간이 잘 안 가는 계절이었다. 지금 몽골의 모습과 날씨는 10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시간은 잘만 가고 수도 울란바토르도 점점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제일 놀라운 변화는 날씨였다.
올해만 비가 많이 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장마철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겪은 몽골의 여름이어서 그런지 체감온도도 시원함을 넘어 춥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양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초여름 때 입는 옷을 걸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초가을용 옷을 입고 다녔다. 필자는 초겨울 옷으로 무장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가 다르듯 사람들의 의상도 다양했다.
이렇듯 한국을 떠난 지 2주 가까이 되어 나도 모르게 한국과 몽골의 모든 것을 비교하고 있다. 제일 먼저 비교되는 것이 바로 태양이다. 오후 9시임에도 불구하고 몽골의 하늘에는 태양이 떠 있다. 어린 시절 여름철 시간이 안 갔던 것처럼 느낀 이유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 때문이었던 것이다. 파란 하늘과 솜사탕보다 두툼한 하얀 구름 또한 그대로다. 하늘을 보면서 아이와 구름 속 그림 찾기 놀이를 하기에 좋다. 몽골 여름 날씨는 아무리 더워도 습기가 없어 땀 한 방울 안 난다. 고된 운동을 해도, 목욕탕을 가도 땀이 쉽게 나질 않았다. 한편으로는 필자 몸도 한국에 적응되어서 웬만한 더위를 견뎌낼 수 있는 면역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몽골 사람들의 운전 실력 또한 눈에 띈다. 당초 울란바토르시 정부에서 계획한 인구보다 3배가 넘는 인구가 거주하다 보니 사람과 자동차로 도시가 복잡하다. 그래서일까. 울란바토르의 운전자들은 뛰어난 감각(?)으로 운전을 한다. 교통규칙보다는 감각을 믿는 편이다. 이 부분만큼은 몽골이 한국처럼 교통규칙을 잘 지키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교통은 다채롭고 편리하다. 만약 가능하다면 한국의 교통과 관련된 제도와 시스템 모두를 가져오고 싶다.
물론 몽골 사람들의 감각이 유용할 때도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20분만 떨어져도 컴퓨터 바탕화면 속 이미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대초원이 보이며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곳에 도착하면 밤에는 수많은 별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대초원에서의 길은 끝이 안 보이고, 하늘은 푸른 데다 태양과 구름은 환상적이다. 여기서 몽골 사람들의 방향감각이 발휘된다. 지도나 앱이 없더라도 쉽게 길을 찾아내고야 만다.
몽골에서 지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역시 음식과 먹을거리이다. 몽골 음식이라 좋다기보다는 친환경 식재료들을 사용하는데도 가격이 저렴해서 그렇다. 몽골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을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한국 공항에서 축산물 반입을 일절 금하고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고향 음식을 구하기 어렵다.
몽골에서 생산하는 유제품이나 축산물, 그리고 채소 등은 전체 국민이 소비하는 양에 비해 많은 편이다. 몽골의 날씨가 춥고 일교차가 심해 열매나 채소가 자라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럴수록 맛은 더 좋다고 한다. 일례로 최근 한국에서 폭풍 인기를 얻고 있는 슈퍼 푸드 비타민나무 열매가 있다. 이렇게 수확한 열매나 채소는 농약을 안 친 상태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람 몸에도 해롭지 않다. 농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계신 아버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내는 몽골에서의 휴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두 나라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점이 더없이 기쁘다. 어쩌면 몽골과 한국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두 나라의 좋은 점을 공유하며 양국의 교류도 보다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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