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동으로 일본의 경제도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민관정 협의회에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참여시키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합의에 따라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가 구성돼 지난달 31일 1차 회의가 열렸다. 여기에 대한상공회의소 등 5개 경제단체와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은 참여했지만 전경련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제 기능을 못 하는 전경련은 제외하고 시민사회단체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 같은 여당의 주장은 일본의 무역 보복에 맞서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상황인데도 적폐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으려는 경직된 태도다. 전경련은 1961년 창설 때부터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를 모델로 해 일본 재계와 오랜 기간 폭넓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1982년부터 매년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해 왔고 올해도 11월 일본에서 열린다. 경단련은 집권 자민당에 매년 225억 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기부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경련 참여에 찬성 입장인 것도 한일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데 전경련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정경유착의 통로가 됐다는 이유로 현 정권 들어 ‘전경련 패싱’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작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30대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할 때도 4대 경제단체장은 부르면서 전경련은 제외했다. 지난달 15일과 23일 경제단체들이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관련 의견서를 전달할 때 전경련은 별도로 서한을 보냈다. 힘을 모아야 할 때 분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은 거센 외풍에 맞서 정치적 견해차와 호오(好惡)를 잠시 덮고 가동 가능한 국내외의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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