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미사일 도발 이후 13일 동안 네 번째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날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하고 “우리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라고 망발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 보복 대응과 관련해 ‘남북 평화경제 실현’을 제시한 다음 날 도발을 감행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하지만 북한은 곧장 또 한 번의 미사일 도발로 뒤통수를 쳤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고만 했다. 북한의 이전 도발 때 내놓았던 경고 메시지조차 없었다. 북한이 ‘새로운 길’ 운운하며 북-미 협상의 판마저 깰 수 있다고 하는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지만 이렇게 넘어간다면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은 5월 이래 여섯 차례의 도발로 신형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더욱이 시험발사가 더 필요하다면 언제든 별다른 제재 없이 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단거리는 문제가 안 된다”고 용인하고, 여기에 한국마저 “주시하겠다”고만 하며 입을 닫은 마당이다. 그러니 북한에 탄도미사일이든, 신형 방사포든 일단 단거리라면 신무기 개발·생산을 용인하는 면허증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노린 것도 이것이었다. 연이은 도발로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뒀다고 희희낙락할지 모른다. 책상 위 도상연습에 불과한 한미 연합훈련을 걸고넘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북한은 어제 “미국과 남조선이 입만 벌리면 합동군사연습이 ‘방어적’이라느니 떠드는데 우리도 방위에 필수적인 위력한 수단을 개발·시험·배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북한은 한미 양국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비핵화 협상의 판도 자기 뜻대로 짜겠다고, 여차하면 판 자체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남북 협력을 통한 평화, 그것을 통한 또 하나의 승리라는 덤을 꿈꾸는 이상주의의 뒤편엔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만적 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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