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발생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 이모 씨의 아버지가 5일 본보에 A4용지 8장 분량의 글을 보내왔다. 아버지는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 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글에는 딸의 결혼식 때 아버지가 직접 읽으려 했던 덕담이 들어 있다. 사고 당일 이 씨는 예비 신랑과 함께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도중에 변을 당했다.
아버지가 쓴 글에는 준비해뒀던 결혼식 덕담과 함께 딸을 그리워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리고 아버지는 사고 후 유족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 서초구 공무원들의 무신경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가 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고 후 아버지는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대책 등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서초구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났다. 구청장, 국장급 공무원 등과 면담하면서 구가 설치한 사고대책위원회 활동 내용과 앞으로의 대책 등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서초구 측은 “답변해 주겠다”고만 하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고 한다.
아버지는 지난달 19일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통해 사고대책위원회 명단과 활동 내용, 서초구 공무원의 사고 처리 과정, 철거공사 신고 접수 후 승인 과정, 사고 장소에 대한 민원 제기 여부, 재발 방지대책 등 11가지 사항을 알고 싶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민원을 낸 지 열흘 만인 지난달 29일 서초구로부터 답변서를 받았다. 구는 답변서를 통해 “재난대응 매뉴얼에 따라 상황점검 회의를 했고, 5차례 이상 현장 점검을 했다”고 답했다. 공무원의 사고 처리 과정, 사고 장소에 대한 민원 접수 여부 등에 대해선 “경찰이 조사 중인 사항”이라고만 했다.
이 같은 답변에 실망한 아버지는 5일 두 번째 민원을 냈다. 이번엔 국민권익위원회뿐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아버지는 “공무원에게 전화를 해도 구가 선임한 변호사와 상의하라며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며 “경찰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 설명할 수 없다는 건 공무원 편의주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구로서는 다소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이미 경찰로 사건이 넘어간 상태여서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직원들이 이미 고발을 당한 상황에서 자칫 섣부른 자료 공개가 직원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조사가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가 더 큰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게 서초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 건축주와 감리자, 시공업체의 책임을 물어 경찰에 고발까지 했던 건 서초구다. 구 또한 잘못이 있다면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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