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북-미 정상 사이에 더 긴 사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미사일이 완전히 작동하기를 원해 연속 시험발사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쏜 것은 단거리인 만큼 약속 위반은 아니며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 발사는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혀온 것과 기조를 같이한다. 하지만 대북 초강경파로 통하는 그의 최근 태도 변화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볼턴 보좌관은 2·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을 향해 핵무기는 물론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까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 포기를 요구하는 ‘빅딜 문서’를 내밀었던 인물이다. 그는 북한의 5월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도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랬던 볼턴 보좌관이 최근 북한의 도발에는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유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새로 개발한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이 실전배치 단계임을 과시한 마당에 미국은 그 사정권 안에 있는 동맹국 한국의 안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태도라면 앞으로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단거리 위협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제거를 목표로 적당히 합의해버리면 한국만 고스란히 북한의 위협 아래 놓이게 된다.
그러면서도 볼턴 보좌관은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선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들며 “우리 군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방어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배치 가능 지역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은 벌써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위협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홍역을 치른 한국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안보전략에 동맹국 한국에 대한 배려는 없는 듯하다. 그저 중국에 맞서는 최전선 방패막이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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