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번개를 시험하지 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0일 03시 00분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구름을 몰고 다니는 제우스 신(神)이 이다 산(山)으로부터 격렬한 천둥을 일으켜 그리스 군에게 그의 타오르는 번개를 내던졌다. 그것을 본 그리스 군은 전의를 상실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옛사람들에게 뇌우는 신이 만들어 인간 세상에 내리는 초자연적 현상이자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리스인들에게 뇌우는 제우스신이 관장했던 두려운 자연 현상이었다. 애굽인들은 그들의 신 ‘세쓰’가 쇠 화살로 번개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북유럽 사람들은 번개의 신 ‘토르’가 마법의 망치를 들고 지구를 향해 내려칠 때 생겨난 불꽃이 번개라 믿었다. 중동의 ‘바알신’은 천둥으로 무장하고 암소에 올라타 창으로 번개를 만들고, 인도의 신 ‘인드라’는 뇌성벽력의 신으로 가뭄을 가져오는 악마를 번개로 물리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번개는 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8월에 번개가 가장 많이 친다. 공기가 가장 뜨거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공기가 태양열로 인해 뜨거워지면 상승하게 되는데, 상승한 공기는 구름으로 변한다. 이때 이 공기의 습도가 높고 불안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 구름이 급격히 발달하게 되고, 적란운이나 뇌방전을 일으키는 뇌운(雷雲)이 만들어진다. 뇌운에서 강한 돌풍과 천둥, 번개, 맹렬한 소나기 현상이 발생한다.

가끔 번개를 맞고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벼락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김영하의 소설 ‘피뢰침’에 나오는 ‘아다드’는 벼락을 맞고 살아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컴퓨터 통신망 속 행성이다. 영화 ‘페노메논’은 번개를 맞고 천재가 되어버린 평범한 남자가 겪는 경험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벼락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이버 공간이나 영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는 번개에 맞고 살아난 사람들의 모임이 실제로 있다. 이들이 발행하는 회보의 아래 부분에는 “만약 당신이 번개에 맞으면 우리에게 오세요”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번개는 맞으면 십중팔구는 죽는다. 보통 정도의 번개는 3000만 V(볼트)에 해당하는 10만 A(암페어)의 전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1998년 10월, 아프리카 콩고의 축구경기장에 번개가 내리쳤다. 경기 하던 한 팀의 선수 전원이 번개에 맞아 죽었다. 그러나 상대 팀 선수들은 멀쩡했다. 죽은 팀의 선수들은 금속이 박힌 밑창을 단 축구화를 신고 있었다. 땅으로 도전된 강력한 전기로 인해 감전사한 것이다.

1769년 이탈리아의 브레스치아 교회에서의 일이다. 피뢰침을 설치하는 문제로 다툼이 벌어졌다. “하나님께서 교회당에 벼락을 내리신다고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이오. 교회당처럼 안전한 곳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이오!” 교회는 피뢰침 설치를 거부했다. 오히려 그들은 교회당이 가장 안전한 무기고라고 여겨 교회 안에 화약을 저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당에 벼락이 떨어졌고 화약이 폭발하면서 3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농부를 죽이는 세 가지가 있다. 번개, 전복된 트랙터, 그리고 고령이다.” 서양에서 번개의 무서움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말이다. 번개가 칠 때 맞아 죽을지, 안 죽을지 시험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번개#벼락#낙뢰#피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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