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올해 여름 독한 폭염에 시달렸다.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42.6도로, 1873년 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도 40도가 넘었다. 이런 무더위가 최근 독일에서 다소 생소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독일 의회에서 육류에 붙이는 부가가치세를 현행 7%에서 19%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일명 ‘고기세(Meat Tax)’다. 축산업계는 반발했다. 자칫 영양 섭취가 절실한 저소득층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 무더위가 이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독일뿐 아니라 영국, 덴마크, 스웨덴도 ‘고기세’ 검토에 나섰다. 무더위를 이겨낼 겸 삼계탕으로 영양 좀 보충하려 식당을 찾았는데 ‘고기세’가 있으니 돈을 더 내라고 한다면? 무더위보다 더 짜증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진다.
그만큼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고기를 먹는 즐거움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소는 사료를 먹으며 되새김질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장내 발효가 일어나 방귀를 뀌거나 트림을 하는데, 여기에서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지구온난화를 강하게 유발하는 메탄가스가 나온다. 돼지 분뇨를 처리할 때도 이산화질소가 나온다. 이 역시 온실가스다.
나아가 도축부터 포장, 유통, 조리까지 ‘고기 한 점이 내 배 속으로’ 들어오는 매 순간 에너지가 소비되고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조사 결과 육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항공, 항만보다 높은 수치다.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단순히 폭염에 그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2100년엔 해수면이 최대 230cm 이상 상승하고 수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고기를 먹고 있다. 식용 소는 연간 40억 마리, 닭은 230억 마리가 사육된다. 세금을 높게 부과해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시도가 나온 이유다. 이쯤 글을 쓰다 보니 “뭐, 그래서 고기를 먹지 말란 소리냐”, “고기마저 못 먹으면 무슨 낙에 사느냐”는 독자의 항변이 벌써부터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맞다. 살살 녹는 등심을, 맥주와 함께 목젖을 때리는 치킨을, 삼겹살과 소주의 120% 궁합을 어찌 포기하란 말인가. 그래서인지 ‘고기세’와 함께 ‘미래의 고기’ 개발도 유럽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중이다. 고기 맛이 나지만 고기는 아닌 대체육류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2040년경이면 육류시장이 식물성 고기(25%),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양육(35%), 도축된 가축고기(40%)로 3분할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구는 걱정되지만 고기는 참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진짜 고기와 똑같은 ‘미래의 고기’ 개발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불판 위 고기를 딱 3점만 줄여나가면 어떨까? 쇠고기 100g을 덜 먹으면 서울∼부산 거리(약 420km)를 자동차로 운전하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니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