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주요 복지정책 가운데 하나인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가 올 6월 도입된 뒤 2개월 동안의 수혜자와 지원된 예산이다. 서울시는 이 제도에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올해 약 62억 원을 편성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도 4명만이 혜택을 받은 것일까.
서울형 유급병가는 중위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가 입원, 건강검진 등으로 일을 할 수 없을 때 서울시가 생활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하루 생활비 8만1180원 정도를 최대 10일 동안 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들이 병원 한 번 마음 편히 가지 못하는 점을 고려할 때 크게 환영해야 할 정책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부진했다. 서울형 유급병가가 도입된 6월 신청자는 11명뿐이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6개 자치구에선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달 신청자는 42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7개 자치구에서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정책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홍보가 부족해 신청자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또 6월 이후 입원하거나 건강검진을 받는 경우만 지원할 수 있어 현재는 지원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며 추산했던 수혜대상자는 9만7398명이었다. 현재까지 보여준 성적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제도가 우리동네 키움센터, 서울 사회서비스원 등과 함께 ‘서울시 3대 복지정책’으로 불리며 시행 이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는데, 홍보가 부족했다는 얘기도 납득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약 62억 원의 예산을 모두 사용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사실 서울시는 수혜대상자부터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9만7398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1월 감사원 권고에 따라 보건복지부 행복e음 시스템으로 다시 계산한 결과 대상자는 59만3446명으로 5배 늘었다. 추경 예산을 확정할 때는 14만3000여 명으로 다시 줄었다. 신청자 모두 생활비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이달 9일 현재 모두 71명이 이 제도에 신청했다. 자격미달 등으로 생활비를 지원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중랑구와 송파구에서 각각 한 명씩 열흘 치에 해당하는 81만1800원을, 강북구에선 닷새 치(40만5900원), 동대문구에선 하루 치(8만1180원)를 받아갔을 뿐이다. 이런 부분도 모두 고려했어야 했다.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의회에서도 논란이었다. 정례회 하루 전 발의돼 ‘회의에서 의결할 의안은 회기 시작 15일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으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라는 이유로 간신히 통과됐다. 바삐 추진하다 보니 보건소, 주민센터 등 현장에선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제대로 정착하려면 시간을 두고 미비점 등을 찬찬히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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