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수십 년 전 김 추기경을 몇 차례 가까이서 뵐 수 있었다. 온화한 미소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필자의 가슴에 남아 있다.
그는 가난한 옹기장이 아들로 태어나 추기경 자리에 올랐지만 평생 가난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고 지혜와 사랑의 말씀으로 살아 있는 시대정신을 보여줬다. 김 추기경은 일생동안 낮은 곳을 살피며 큰 사랑을 베풀고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책망하면서 자신의 사랑이 모자람을 항상 부끄러워했다.
낮은 위치에 있을 때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성직자가 스스로를 낮추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추기경은 항상 언행의 일치에서 나오는 겸손과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큰 힘을 우리에게 일깨워줬다.
수십 년간 진솔한 사랑을 실천한 김 추기경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면, 필자 같은 보통 사람은 사랑이 머리에서 입까지 내려오는 데에만 70년이 걸린 게 아닌지 자아성찰 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해방 이후 세계 최빈국이던 우리나라가 6·25 전쟁까지 겪고 나서 압축성장을 하던 시절, 인권신장과 민주화의 중요한 고비마다 김 추기경은 바른 길을 제시하고 겸손한 바보 사랑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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