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부가 2차 대전 당시 국민들에게 ‘알프스 옥쇄 투쟁’만 외쳤다면 과연 전쟁을 면할 수 있었을까.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 곳곳에 생필품을 저장하며 진지를 구축할 때도 정부 보유 금괴부터 옮겼다. 그 덕분에 사방이 독일과 그 점령지로 둘러싸였음에도 멀리 남미로부터 밀을 수입해 식량 부족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스위스프랑이 기축통화가 된 건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통화가치 안정을 유지하려는 현실적 노력 때문이다. 평화든 전쟁이든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고기정 경제부장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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