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 가능”… 日도 외교의 창 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00시 00분


이낙연 국무총리가 어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지소미아 종료까지 약 3개월이 남아 있다.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외교적 해결을 위해 지소미아 파기를 재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총리 발언은 일본의 백색국가 한국 제외조치 시행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당장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지 불과 며칠이나 됐다고 번복 얘기가 나오느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지만, 한일관계가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 코스로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당장 일본의 대응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소미아 파기에 불만을 쏟아내는 미국을 달래면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지소미아 파기 최종 결정에 지일파로 통하는 이 총리나 외교수장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소외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 탓에 정상적 외교관계라면 당연히 했어야 할 공식·비공식 사전 설명이나 통보도 매끄럽지 못했고, 잠시 소강상태였던 한일 갈등을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불신 상태로 빠뜨린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 총리 발언을 계기로 외교적 소통이 다시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지소미아 재검토는 어디까지나 향후 일본의 태도에 따른 조건부다. 아베 신조 총리는 여전히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고, 일본 각료들도 백색국가 제외 조치 시행에는 변함이 없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소미아 재검토 발언은 적어도 그 시행 수위를 결정하는 데 고려 요인이 될 것이고, 향후 일본의 전반적인 대응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깊어진 한일 간 불신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각급 외교 채널과 막후 창구를 다시 가동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다음 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 10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 등 화해 국면을 열어나갈 계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극일(克日)을 위한 국가 차원의 결기 있는 대응도 중요하겠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지혜로운 외교를 펴느냐는 전적으로 정부의 역량에 달렸다.
#이낙연 국무총리#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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