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제국 미국의 탄생[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

<16> MIT-켄들스퀘어

MIT와 켄들스퀘어의 접점인 바사 스트리트 입구.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대학-IT/BT(정보기술/생명공학) 혁신성장 모형이 요새 화두다. 미국 서부 스탠퍼드대-실리콘밸리 모형과 동부 매사추세츠공대(MIT)-켄들스퀘어 모형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다. 특히 후자는 최근 성장이 심상치 않다. MIT-켄들스퀘어 모형이란 무엇일까. 그 형식과 내용은 무엇이며, 이는 어디서 비롯돼 어디로 가고 있을까.

1941년 진주만이 공격당하자 연방정부는 MIT의 방사선, 레이더 등 무기 연구에 전쟁 예산을 장대비처럼 쏟았다. 그전까지 연방정부의 사립대 투자는 미미했다. 초창기 20명이었던 MIT 연구실 규모는 5년 뒤 4000명으로 늘었다. 그 기간 동안 연방정부는 당시 매달 100만 달러(요새 돈으로 약 150억 원)를 MIT에 부었다. 이 돈의 대부분은 ‘버니바 부시 교수 랩’으로 흘러 들어갔다. ‘실리콘밸리의 아버지’ 터먼 교수도 부시 교수 영향 아래 있었다.

전쟁이 승전으로 끝나자 연방정부는 MIT의 혁혁한 공을 잊지 않았다. MIT-국방부 파트너십은 한국전쟁과 냉전시대까지 이어졌다. 국방부에서 쏟아지는 최첨단 무기 개발 연구비는 MIT 연구 분야를 더욱 첨단화했다. 실리콘 칩, 첨단 컴퓨터, 전자산업 등은 당시 파트너십의 파생상품이었다.

1950, 60년대 연방정부는 MIT에 20년간 약 170조 원(올해 기준)을 투자했고, 이는 보스턴에 20세기 중반 혁신성장 모형인 ‘128번 도로(전자산업 밀집지역)’를 만들었다. 또 이때 연구 결과가 오늘날 실리콘밸리와 IT 시대의 씨앗이 됐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과감한 투자는 1970년대에 죽었고, 1980년대 레이건 시대에 부활했다.

1970년대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反戰) 분위기는 켄들스퀘어에 지으려 했던 50여 동의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연구센터를 좌절시켰다. 켄들스퀘어에 먼지가 날렸고 MIT와 시는 새로운 혁신성장 모형을 이곳에 세울 필요를 느꼈다. MIT는 질문했다. 무엇으로 이 빈 땅을 채워야 지금까지 학교가 축적한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면서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할까.

MIT가 택한 답은 바이오와 IT를 융합한 BT였다. MIT는 이때부터 BT에 투자했다. MIT는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바이오젠을 설립했다. 1970년대 말에 시작한 이 선포는 훗날 게놈 프로젝트와 뇌 과학으로 확장했다.

오늘날 MIT와 켄들스퀘어의 접점인 바사 스트리트 입구에 가면 그동안 MIT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편으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스테이타센터가 있다. 종이를 구긴 것 같은 이 건물에 놈 촘스키 교수 연구소가 있다. 스테이타센터 너머로 보이는 격자문양 건물이 무시무시했던 부시 랩이다. 스테이타센터 우측으로는 뇌과학 연구소(2002년 설립)가 있다.

이 건물 근처에 MIT는 2004년 제약 연구센터인 브로드 인스티튜트를 지었고 그 옆에 2010년 세계적인 암 센터를 지었다. MIT가 켄들스퀘어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자 노바티스, 파이저, 엠젠 등 세계적인 BT 대기업들이 속속 들어왔다. BT 호황 시대가 열렸다. MIT-켄들스퀘어 모형을 성공시키기 위해 MIT는 정부와 기업, 시와 오랜 시간 기획했다. 최첨단 연구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목표였다.

128번 도로 혁신성장 모형(하드웨어 중심-20세기 교외형)보다 MIT-켄들스퀘어 혁신성장 모형(소프트웨어 중심-21세기 도심형)이 더 우수하다. 후자는 지하철 레드라인을 따라 하버드대 계열 병원들과 하버드 의대 캠퍼스와 연대할 계획이고, 바이오와 IT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글로벌 바이오 프런티어를 열 계획이다. MIT, 하버드대, 보스턴대 등 도시 캠퍼스들에 인접하게 지어서 도심 활성화 및 고용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성장 모형은 일회성 투자로 성공할 수 없다. 장시간의 투자와 원시안적인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