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동맹 기반 흔드는 문재인 정부의 경솔한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0일 00시 00분


문재인 정부가 미국 정부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공개 비판 자제를 요청했지만 미 정부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결정에 대해 “(한일) 양측이 관여된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고 지금도 실망한 상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거듭 “강한 우려와 실망을 문 정부에 표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간 이상 징후는 23일 지소미아 결정 발표 직후부터 감지됐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이해했다”고 했지만 미 정부는 “이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동맹국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공개적으로 벌어진 것도 이례적이지만 정부는 미국이 이해했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더욱이 외교부가 그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초치(招致)하고 이를 일부러 언론에 공개한 것은 정상적인 동맹 외교 행태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하는 ‘동맹 업그레이드 외교’라 주장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신뢰의 기반만 갉아먹을 뿐이다. 동맹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면 비공개로 풀고, 공개적으로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기본이다. 미국엔 한미관계를 위해 공개 비판을 말아달라고 한 외교부가 면담 사실을 공개해 한미 간 입장 차를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러니 국익보다는 윗선과 지지 세력만 의식한 보여주기 외교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동북아 안보협력 체제에서 한국이 이탈하려는 전조(前兆)로 보는 분위기다. 이 같은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정교하고 치밀한 설득전을 펼쳐야 했는데 정부는 오히려 양국 간 이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균형감각을 잃은 아마추어 외교로 한일 갈등의 불씨가 한미동맹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1996년부터 우리 정부가 실시해온 독도 방어훈련에 중립을 지켜온 미국이 25, 26일 실시한 훈련에 대해서는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우려한 것도 한국 외교가 일본에 실점(失點)했음을 보여준다. 동맹 간 신뢰는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다. 한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한미동맹#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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