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벤처기업협회가 전남 여수에서 개최한 ‘제19회 벤처썸머포럼’ 기조 강연에서 나온 숫자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한 액수(500억 원)와 해외에 있는 우버나 디디추싱 같은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한 액수(1조5000억 원)의 대비였다.
강연을 맡은 카풀 업체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규제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서 대표가 2016년 창업한 풀러스는 이용자가 1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1위 카풀 업체였다. 올해 3월 하루 4시간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을 허용하는 합의안이 나오면서 기존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사업을 전환하고자 추가로 투자를 요청했지만 투자자들은 규제가 바뀌지 않는 한 어렵다고만 한다”고 했다.
서 대표는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택시제도 혁신방안’에 대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사업을 시도하는 게 벤처정신이고, 이런 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산업이 발전하는데 정부가 이런 싹을 잘라버렸다”고 비판했다. ‘타다’를 비롯한 신생 기업들은 대당 수천만 원에 거래되는 택시사업자 면허를 구입해야 하는 진입 장벽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단순히 모빌리티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포럼에서 만난 다른 스타트업 인사들도 정부의 규제 혁신에 “아직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이사)는 “지금은 법이 없거나 불법인 사업도 나중에 국민 경제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 스타트업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를 더 열어 달라”고 했다. 정부가 올해 초 기존 법령이나 제도와 상관없이 실증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지만 실제 테스트를 해 보기 위해서는 여러 정부 부처의 다양한 심사를 통과해야 해서 스타트업에는 여전히 장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이사는 “심사를 하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여전히 새로운 산업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라고 꼬집었다. 박수홍 베이글랩스 대표는 “과거보다 벤처창업 환경이 개선된 건 맞지만 규제 개선 속도는 많이 더디다”며 “이런 속도로는 해외 기업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한국의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규제(금지 조항만 제외하고 모두 허용)’ 시스템으로 대폭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 경쟁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얼마나 사업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규제에 막혀 시도조차 못 한다면 그 ‘과실’을 해외 기업들에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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