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배터리 전쟁[횡설수설/신연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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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는 기술경제 시대의 총아다. 스마트폰 하나에만 25만 개 이상의 특허가 있을 정도로 첨단 제품들은 특허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 무선통신기술 개발업체 퀄컴은 특허 로열티로만 매년 수조 원을 챙길 정도로 핵심 특허의 가치는 엄청나다. 수출 규모 세계 7위인 한국은 특허 출원 건수도 세계 4, 5위에 달한다. 1인당 특허 수로 치면 세계 1위다. 그러나 특허 보호나 활용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아서 기술 빼가기, 기술 베끼기가 늘 발생한다. 7월부터 특허 침해에 대해 손해액의 3배를 물어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보호제도를 가진 미국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특허는 곧 돈이다 보니 특허를 둘러싼 분쟁도 많다. 멀리는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나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경쟁자들을 상대로 벌인 특허 분쟁들이 유명하다. 1980년대에는 미국과 일본 사이에 특허 분쟁이 많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휴대전화를 둘러싼 분쟁이 크게 늘었다. 최근엔 ‘세기의 전쟁’이라고 불렸던 30조 원 규모의 애플과 퀄컴 사이 소송이 4월 상호 합의와 소 취하로 끝났다. 삼성전자도 기술 및 디자인 특허 침해를 놓고 애플과 2011년부터 7년간 소송전을 벌인 적이 있다.

▷한국의 3, 4위 그룹인 SK와 LG가 전기차 배터리를 놓고 소송이 불붙었다.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고소한 것이 시작이다. LG는 SK가 76명에 이르는 자사 핵심 인력을 빼가고 이를 통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한때 화해 분위기도 흘렀던 두 회사는 지난달 말 SK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LG화학과 LG전자에 대해 미 ITC와 연방법원에 맞소송을 냄으로써 확전의 길을 걷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50%를 차지할 만큼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50%씩 성장해 향후 반도체 시장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LG화학의 생산량이 세계 4위, 삼성SDI가 6위였는데 SK이노베이션이 올 들어 10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1위는 일본 파나소닉, 2, 3위는 중국의 CATL과 BYD다. 만약 소송에서 지면 그 회사는 미국에서 철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두 회사는 미국 변호사 비용만 매달 50억 원씩 나간다고 한다. 해외 경쟁업체들은 미래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 간의 다툼이 해외 업체에 어부지리를 안길까 걱정이다. 밖에서 싸우지 말고 안에서 건설적 해결을 도모하는 게 어떨지….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배터리 전쟁#sk#lg#전기차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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