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리더 한 사람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1인 리더십’의 한계가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리더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고 신속하게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이 늘어나면서 리더 혼자서 모든 관계를 관리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최근 학계에서는 현대 경영 환경에 적합한 리더십의 대안으로 복수의 구성원이 리더십을 공유하는 집단적 리더십, ‘We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We리더십이란 ‘팀 자체가 리더가 되는 것(team as a leader)’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리더십의 주요 기능이 부하 직원들에게 분산되고 공유되는 것이다. 조직에서 어떤 직급의 구성원이라도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다수의 행위자가 다양한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호 작용한다. 예컨대 올림픽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 운영을 담당하는 팀을 떠올려 보자. 이 팀에 공식적인 리더가 있겠지만 나라별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 때문에 각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때는 해당 지역의 전문성을 가진 팀원이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인사책임자(CHRO) 등 C레벨 경영자들이 모여 전사적, 전략적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최고경영자팀 역시 리더십의 기능과 역할이 분산돼 있는 공유 리더십의 예로 볼 수 있다.
We리더십은 각 구성원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독특한 관점을 적시에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예컨대 특정 업무에 경험이 많은 팀원이 다른 팀원에게 업무 조언을 하거나 기술을 가르치는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We리더십의 성패는 리더와 구성원, 그리고 구성원 상호 간에 목표와 지식의 공유가 얼마나 원활하게 일어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We리더십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을까? 먼저 심리적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 심리적 안전은 구성원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떤 의견을 개진할 때 상사나 동료가 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심리적 안전이 확보돼야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서로의 지식과 의견을 나누려고 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스튜디오 픽사를 들 수 있다. 픽사는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는 독특한 회의 문화를 갖고 있다. 브레인 트러스트는 직급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고 솔직하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음으로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목표 달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팀 전체 관점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팀 목표 몰입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서는 신입사원 면접에서 각자 자신을 소개하는 짧은 글을 써서 다른 지원자 앞에서 발표하도록 한다. 지원자들은 발표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열심히 발표에 몰두하지만 사실 이 면접의 목표는 다른 데 있다.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얼마나 다른 지원자의 발표를 경청하고, 호응하고, 박수를 쳐주는지를 관찰하고 있다고 한다. 긴장된 면접의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발표에 집중할 수 있는 ‘우리 의식(we-ness)’을 갖춘 지원자들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이 공통의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공식적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는 완수해야 할 업무의 성격을 단순하고 쉬운 용어로 정의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신제품 개발을 목표로 일하는 팀의 경우 리더가 ‘이번 프로젝트는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시에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품질 경쟁이 아니라 시간 경쟁이다’라는 식으로 ‘게임의 규칙’을 알기 쉽게 정의하고 꾸준히 전달한다면 팀원들이 업무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형성하기 쉬울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79호에 실린 글 “팀 전체를 리더로, ‘We리더십’이 뜬다”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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