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00분의 몰랐다’ 간담회… 더 커진 조국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4일 00시 00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그제 국회에서 8시간 20분 동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은 후보자 직에서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는 점뿐이다. 그는 자신을 향한 숱한 의혹에 대해 구체적 증거나 자료는 내놓지 않은 채 “몰랐다”는 말만 수십 차례 반복했다.

조 후보자는 딸이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데 대해 “전공이 법학이어서 의학 쪽 1저자, 2저자 사실 잘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법학 분야에서도 저자의 자격은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조 후보자가 회장을 지낸 한국경찰법학회도 학회지 투고지침에 1저자, 책임저자, 공동저자 등의 자격 구분을 두고 있다.

가족이 무려 10억5000만 원을 투자한 펀드 운용사 ‘코링크’에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그 이름을 “이번 인사 검증과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코링크에 투자한 사실은 지난해 3월 관보에 게재된 조 후보자의 재산등록 명부에도 나와 있다. 게다가 그는 “5촌 조카에게 코링크를 추천받고, 다른 펀드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펀드에 들었다”고 답변했는데, 코링크는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했을 당시 설립된 지 불과 16개월 된 운용사인 데다 사모펀드 수익률은 외부에 공개가 안 된다. 더구나 운용사가 어떤 곳인지 몰랐다면서 평판을 알아봤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설령 딸 논문, 사모펀드 등 의혹들에 대해 조 후보자가 몰랐다 쳐도, 개각 발표 이후 3주 이상이 흘렀다. 정말 자신과 무관하고 거리낄 게 없다면 경위를 상세히 파악해 낱낱이 소명하는 게 상식이다. 누명을 쓴 보통 사람들 같으면 억울해서라도 가족과 관련자들에게 상세히 물어서 해명할 것이다.

조 후보자는 최근까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2년 넘게 재직하며 인사검증 업무를 했으며 장관에 거론된 것도 오래전부터다. 그런 그가 자신을 향해 제기될 의혹의 자초지종을 미리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직접 해명할 기회를 달라며 간담회를 자청해 놓고 “몰랐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민감한 핵심을 피해가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니 변명, 발뺌이라는 의심을 받는 건 당연한 결과다.

청와대는 어제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산더미 같은 의혹에 더해 솔직하지 못한 변명으로 정직성을 의심받는 사람을 법무장관 자리에 고집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청와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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