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의 인사청문 대상이 된 장관급 인사들 가운데 국회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거나 보고서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도 임명된 인사가 48.3%로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임명 강행이 전체 청문 대상의 각각 44.2%, 41.4%에 이르렀지만 그 수치가 50%에 육박하면서 국회 인사청문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후보자로 주로 지명되는 엘리트들의 도덕적 수준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야당이 정쟁(政爭) 차원에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거나 부적격 판정을 남발하면서 진정한 부적격자의 구별이 힘들어진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적 분노를 사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명백한 부적격자까지 대통령이 정쟁 탓으로 돌리며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국회 인사청문은 왜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사실 국회의 임명동의권이 따르지 않는 인사청문은 부적격 인사 임명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국무위원 전원에 대해 국회 동의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통령제의 본질과 상치하기 때문에 국민이 이원정부제나 내각제를 택하기로 하는 헌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 제도가 노골적인 통과의례로 전락해 가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국회의 잘못된 관행도 문제다.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은 법적으로는 사흘까지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하루로 끝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인 채택을 여야 합의로만 가능하도록 해 놓아 의혹을 해소하는 데 정말 중요한 증인은 빠지기 일쑤다.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파헤치려면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부분은 비공개로 청문회를 진행하더라도 수사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명확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후보자 지명 후 언론 검증 과정에서 위법 의혹이 드러날 경우 수사권과 청문회 제도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지나 더 이상 민도(民度)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식 인사청문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