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딸의 입시 과정과 사모펀드 투자 등에 대한 온갖 의혹이 번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이전 다른 사례와 비교할 때 자진사퇴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조 장관은 “사퇴 여부는 임명권자에게 달려 있다” “소명이 남아 있다”고 버텼다. 과연 이런 버티기는 조 장관뿐일까. 여의도의 ‘버티기’는 어떤 모습일까.
#1. 최근 사석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 이야기를 꺼냈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주변에서 그가 민주당에 오고 싶어 한다는 설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 위원장이 한국당 공천을 받는 것이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오면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박 위원장은 국토교통위원장 임기 2년을 절반씩 나누기로 한 한국당 내 합의를 깼다는 이유 등으로, 7월 24일 결국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박 위원장은 “합의한 적이 없다”며 “국회법에선 상임위원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있다. 국회법의 규정이 상황에 따라 바뀌는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위원장직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다음 위원장 후보였던 홍문표 의원은 속수무책이었다. 당과의 갈등에도 박 위원장이 ‘버티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당내에선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철도 착공식에 참석해 자신의 성과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그는 9일 안산시청에서 열린 신안산선 착공식에 국토교통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자신의 ‘공’을 한껏 내세웠다.
#2. 한때 국회 4당 지위를 유지했던 민주평화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싸움 끝에 지난달 중순 ‘합의 이혼’했다. 비당권파는 유성엽 원내대표를 포함해 박지원 천정배 등 의원 10명이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를 출범시켰고 평화당 의원 수는 정동영 대표 등 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당 대표직을 둘러싼 갈등이 핵심 원인이었다. 비당권파는 6월 “이대로는 총선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 당 간판을 바꿔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반면 당권파는 이를 두고 내년 총선 공천권을 겨냥한 명분 없는 ‘당 대표 흔들기’로 규정했다.
정 대표의 ‘버티기’에 인원 수 2배인 대안정치 의원들은 탈당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딴살림을 차린 이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정국의 핫이슈였던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평화당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안정치의 신당 추진 속도는 지지부진하고 정당의 지위를 잃은 탓에 대안정치에 합류한 옛 평화당 당직자들은 국회 의원회관을 전전하며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고 있다. 한 대안정치 관계자는 “지지율 1∼2%의 당 대표가 뭐길래, 기득권을 그렇게 고집하나”라고 했다.
#3. 제3당인 바른미래당도 요지경이긴 마찬가지다.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제3지대 신당 창당을 꾀하려는 유승민, 안철수계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손 대표가 당 대표로 있는 한 유 의원과 안 전 의원이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는 것. 이들은 4월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던 손 대표의 발언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현재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6% 수준이다. 손 대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내가 물러나면 바른미래당은 결국 자유한국당에 통합될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의원들은 “안, 유 전 공동대표를 좌우로 끼고 공천권을 행사하며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그는 “3당 보존과 선거제 개혁이 정치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며 꿈쩍도 않고 있다.
실리와 명분, 소신 등 이들이 버티는 이유는 각자 다양하다. 하지만 여론의 공감 없는 ‘버티기’와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소신은 아집일 뿐이다. 그저 자신을 위한 ‘버티기’로 비칠 뿐이다. 지금도 많은 정치인들은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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