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국 임명 과정 자체가 많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00시 00분


조국 법무부 장관이 그제 취임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대상이 검찰을 관장하는 수장이 된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됐다. 부인이 기소된 상태에서 장관에 취임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임명 강행 배경으로 “(조 장관) 본인의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기 위해선 현행범이 아닌 한 상당히 복잡하고 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위법행위 확인 시점이 기소 단계인지, 아니면 최종심 확정판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후보자 지명 후 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까지 대개 한 달 정도 소요되는데 그 기간에 위법행위를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자진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된 20여 명 가운데 위법행위가 명백히 드러나서 낙마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일반 국민의 상식에 비춰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비도덕적인 행적이나 준법의식의 결핍이 드러났거나 자신과 주변 관리에 실패한 경우였다.

조 장관이 여당의 지원을 받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란 명목의 ‘셀프 청문회’를 소집한 것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 청문회 일정에 대한 여야 협상이 파행을 겪는다는 점을 빌미 삼아 개최한 간담회는 일방적으로 본인 해명만 늘어놓는 무대로 변질됐다.

조 장관 임명 강행으로 인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추가된 것도 우려스럽다. 현 여권이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우려했듯이 정권의 입장에서 검찰 인사 등을 다뤘던 대통령 참모가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되면 검찰 독립은 요원한 일이 된다. 청문회를 앞두고 공직 후보자 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이번엔 조 장관이 자초한 특별한 상황 요인이 있었지만 남발되어선 안 될 일이다.

조 장관 임명 강행은 이처럼 법치주의와 제도, 관행을 퇴행시키는 선례들을 남겼다. 사태의 봉합이 아니라 더 위험한 분열로 나라를 몰아넣은 것이다. 이번에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면서 생겨난 선례들이 당연한 것처럼 굳어지면 민주주의와 법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조국 임명#조국 법무부 장관#문재인 대통령#조국 임명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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