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정상회담, 대북 조급증 걷어내고 동맹 균열부터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6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이달 22일부터 뉴욕을 방문해 기조연설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가 13일 발표했다. 최근 북-미 비핵화 대화가 가시화되면서 한미 정상 간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한일 갈등 해소 방안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은 최근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기미가 보이자 서둘러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전격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유엔총회 참석을 검토했지만 이달 말을 기점으로 북-미 간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게 흐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의 ‘통미배남(通美排南)’에 소외되지 않으면서 다시 한번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이후 잇달아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김정은을 올해 다시 만나느냐’는 질문에 “어느 시점엔가 그렇다”며 연내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 또 볼턴의 과거 ‘리비아식 해법’ 발언을 끄집어내 “큰 잘못”이라며 체제 안전 보장 메시지도 보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국 후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만나고, 재무부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그룹 3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런 대북 메시지들은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에 띄는 외교적 성과가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북 조급증으로 비칠 정도다. 실무협상도 하기 전에 정상회담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여기에 평양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데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문 대통령이 나서는 것은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증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대북정책 외에 한미 정상이 논의할 현안은 하나둘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도 문제 삼을 수 있다. 하나같이 어려운 의제들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뉴욕 한미 회담에선 무엇보다 동맹의 균열을 막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가 이뤄질 것임을 거듭 확인하고 깊은 신뢰를 다지는 것이야말로 북-미 협상을 앞두고 김정은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문재인 대통령#유엔총회#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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