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장의 일기, 한 장의 기억을 등에 메고 다니는 것은 그 순간을 계속 관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중한 기억이 있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계속 끌고 가는 일일 텐데 소중한 기억은 휘발성이 남달라서 자꾸 사라지려 든다. 그래서 관리를 해줘야 한다. 등에 메고 다녀서, 그래서 가방에서 책을 꺼낼 때 이따금 눈이 마주치도록 하거나. 기억을 덫이나 지뢰처럼 심어 두는 것이다. 기억이 계속 폭발할 수 있도록. 기억은 일회성에서 벗어나 내 곁에서 계속 움직일 수 있다.
문보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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