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순위가 갈등과 편 가르기 조장… 중간지대 의견이 낄 틈을 주지 않아
포털, 트래픽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실검 순위 확인 어렵게 만들어야
필요 정보만 찾는 이용자 지혜도 필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또 논란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검색어 경쟁을 벌인 탓이다. 포털이 뉴스 유통의 중심이 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실시간 검색어가 여론의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논쟁은 이번만이 아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유명 연예인이나 특정 상품이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라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특정 집단이 검색어 순위를 올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한다는 얘기도 있다. 일정 간격을 두고 자동으로 검색어를 올려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일정 시간대에 포털 이용자들이 주로 검색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포털이 뉴스 이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용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 이용자들이 정보 창구에 접근하는 주요 경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포털 뉴스 이용자의 69.5%가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고 뉴스를 본다. 10명 중 8명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포털 이용자들의 뉴스 검색 기준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실시간 검색어가 정말 포털 뉴스 이용자의 관심사를 제대로 반영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 순위를 올리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 자체가 정보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순위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어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사가 인터넷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있는 주제를 기사화하는 사례도 있어 논란이 많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제공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실시간 검색어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포털은 인터넷 트래픽이 마케팅 기반이기 때문에 이용자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털에 콘텐츠나 광고를 게재하는 사업자들도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하고 있다.
포털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서비스의 부작용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문제가 되는 검색어를 걸러내기도 한다. 특정 ID가 일정 시간 안에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올리는 검색어는 순위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집단이 사회운동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검색어를 올리는 행위는 다양한 여론 형성을 위해 삭제하지 않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찬반이 뚜렷한 실시간 검색어 순위 대립은 보다 많은 논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숙의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포털이 공론의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찬반이 뚜렷한 주장은 중간지대의 의견이 낄 틈을 주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다양한 의견과 토론을 통한 여론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시간 검색어 자체가 사회적 편견이나 특정 주장만을 반영한 용어일 수 있다. 이는 바람직한 사회 문화 형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편협한 사고나 특정 가치만을 강조하는 검색어는 사회적 편견을 야기할 수 있다. 특정 이념이나 가치만을 나타내는 검색어를 놓고 순위 경쟁을 벌이는 것은 갈등과 편 가르기를 야기할 수 있다. 포털을 이용한 지나친 마케팅 행위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실시간 검색어를 특정 연예인의 인기를 올리거나, 정치인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것은 여론을 왜곡하는 행위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특정 키워드를 띄우는 행위도 여론을 가장한 상술에 불과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털 이용자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인기 검색어에 편승해 정보를 검색하기보다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야 한다. 특정한 여론을 만들려는 그 자체가 여론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포털도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보다 투명한 원칙을 세워 운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전한 포털 이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 순위 정보를 첫 화면에서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구글이나 바이두처럼 이용자가 두세 차례 검색을 통해 정보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트래픽의 감소를 감내하면서 포털의 신뢰성을 높일 때 보다 경쟁력 있는 포털 서비스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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