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안 되는 그린포인트 참여[현장에서/강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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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입구에서 그린포인트 제도를 홍보하는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
국립공원 입구에서 그린포인트 제도를 홍보하는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최근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을 자주 찾았다. 추석 전후로 각종 포장재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취재하기 위해서다. 선물용 종이상자마다 포장용 비닐테이프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먹다 남은 음식물이 담겨 있는 플라스틱 용기도 보였다. 시민의식이 아쉬웠지만, 시스템의 부재가 더 아쉬웠다. 이를테면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나 정확한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제도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 만들어진 국립공원공단의 ‘그린포인트 제도’는 참 괜찮은 제도다. 탐방객이 국립공원에서 쓰레기를 주워오거나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 가면 포인트를 준다. 1g당 2포인트인데 1인당 하루 최대 2000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다. 포인트로 국립공원 내 유료시설을 이용하거나 공원 사무실에서 등산양말로 교환할 수 있다. CU편의점, 온라인쇼핑몰에서 아웃도어 제품 구입 때 사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도입된 지 9년이나 됐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국립공원공단이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 중에서 그린포인트를 받은 비율은 0.67%에 불과했다. 전년도에는 0.46%였다. 혹시 국립공원에 쓰레기가 없어서일까? 불법투기 쓰레기 실태를 확인했다. 2016년 1170t, 2017년 1134t, 2018년 1109t이었다. 매년 1100t 이상의 쓰레기가 무단으로 버려지고 있었다.

국립공원공단은 올해 5월 그린포인트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였다. 이 제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참가자 4297명 중 절반 이하(46%)였다. 제도를 잘 모르니 활용도 저조했다. 지난해 적립된 그린포인트(5억686만6642점) 중 사용된 건 20%(1억132만7153점)에 그쳤다.

사용률이 낮으니 사용할 곳도 줄었다. 원래 멀티플렉스극장 CGV에서 그린포인트로 할인권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참여율 저조로 2018년 협약 종료와 함께 중단됐다. 각종 이벤트를 열고 홈페이지나 현장에서 탐방객을 상대로 홍보도 하는 국립공원공단 입장에서는 속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9년이 지나도록 인지도가 절반이 안 되고 참여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홍보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그린포인트제 참여자의 성별과 연령대, 재방문율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효과적인 포인트 사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립공원 시설 이용은 대부분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한다. 이용객의 특징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여성이나 어린이, 가족 단위 탐방객을 위한 용품이나 사용처를 늘리는 것도 대안이다. 쓸모 있는 포인트라면 쓰레기를 줍는 손길도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포인트로 더 아름다워지는 국립공원’이란 홍보가 실현되길 기대한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
#그린포인트#국립공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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