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한 냄새, 죽은 고양이가 썩어가는 냄새 같다고 얘기하는 두리안은 주산지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조차 호텔, 공공장소에서는 들고 다닐 수 없다. 홍어는 오줌에서 풍기는 듯 강한 암모니아 향이 나는데 그 맛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고 혓바닥이 마비가 되듯 얼얼하다. 처음 맛본 지 25년이 넘어가는데 한 번씩 삼합이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여하간 한국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음식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스웨덴 음식 수르스트뢰밍(사진)은 내겐 좀 다른 경험이었다. 통조림 속에서 청어가 얼마나 잘 삭았던지, 불룩해진 통조림의 고리를 당겨 여는 순간 폭발했을 정도. 맛본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강한 내가 입안에 넣은 것을 삼켜보지도 못하고 순간적으로 토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식탁 주위는 물론이고 옷은 빨아도 냄새가 빠지지가 않아 웬만한 것들은 비닐에 싸 버려야 했다. 실외에서 먹으라는 말은 들었지만 상상을 초월했다.
정신과학자들은 이런 태도를 진화론적으로 볼 때 질병이나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이라 설명한다. 그럼 왜 이런 익숙지 않은 음식에 도전을 하는 것일까? 두려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며 이미 도전했던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더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의 시장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식용 벌레들을 수북이 쌓아두고 판매하고 있다. 때로는 바퀴벌레나 도마뱀, 전갈 등도 있어 서양 여행자들을 경악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얼마 가지 않을 듯하다.
유엔은 2050년경 인구가 90억 명으로 증가하고 농경지와 물, 산림 자원과 육류, 생선 등이 부족해져 식용 가능한 벌레를 대체식량으로 권장하고 있다. 벌레는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필요 공간과 물, 사료 등 필요 요소가 많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어 효과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2013년 과학자들은 소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양육을 연구, 완성했다. 다진 고기 상태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 가능하도록 생산력 측면에서 집중하고 있다.
지구에서 더 이상 공급이 불가능할 때 우리는 또 다른 대안으로 이주를 생각한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음식이다. 이미 우주비행사들은 그들의 소변을 정제시켜 재활용하고 있다. 최근 대변에도 영양을 첨가해 재섭취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오줌을 물처럼 마시고 똥을 영양가 있는 먹거리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인간에게 정말 기괴하거나 금기시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혐오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긴다. 심리학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맛에 익숙해지도록 뇌를 다시 훈련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생각엔 음식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수르스트뢰밍을 먹어야 한다면, 정말 꼭 먹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결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