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일부터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하려던 전북체고 수영부 1학년생 A 군(16)은 한숨을 쉬었다. 몇 달 동안 땀을 흘리며 준비했던 전국체육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됐다는 통보를 최근 받고는 수영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
지난해까지 거주지인 경기도 등록 선수로 수영을 한 A 군은 고교 진학 과정에서 경기체고 입시에서 떨어진 뒤 체고 진학을 희망해 전북체고가 있는 완주까지 왔다. 자신의 집 근처 일반고에 진학해 수영클럽에서 운동을 병행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수영에 전념하고 싶어 체육고 진학을 결심했다.
입학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각 지역 체고가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입학 당시 타 시도로 선수가 이동할 때 필요할 이적동의서도 발급받았다. 하지만 ‘초중고교 재학 중인 학생 선수가 대회 개시일 기준 만 1년 미만 안에 타 시도로 전학해 클럽 팀을 변경할 경우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전국체육대회 참가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다만 당해 시도 특기자 진학을 신청했지만 정원이 없어 타 시도 진학을 허용한 확인서(이적동의서)를 받은 경우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체고뿐 아니라 운동부가 있는 일반고로도 갈 수 있었다”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A 군은 “전국체육대회 출전을 위해 힘든 여름 전지훈련 등을 버티며 준비했는데 허무하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잘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출전 불가 얘기를 듣고 펑펑 울었다던 A 군의 목소리에는 젊은 선수의 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적 규제’는 과거 지방의 운동 유망주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생겼다. 그럼에도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될성부른 떡잎을 큰물에서 놀게 하려는 학부모들의 의지까지 꺾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일반고보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고의 주가가 높아지면서 A 군처럼 더 많은 출전 기회 등을 얻기 위해 타 지역 체고로 선회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지방 체고 입장에서는 장래성 있는 선수들이 제 발로 문을 두드리니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적 규제가 꿈나무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전학을 이유로 전국체육대회, 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진정에 대해 인권 침해라는 결론을 내리고 대한체육회에 관련 기준 개선과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학생들의 선택권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뜻깊은 100주년을 맞는 국내 최대의 스포츠 축제에 수영 한 종목에서만 전국에서 16명의 고1 신입생이 A 군과 같은 사유로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획일적인 규제 탓에 출발선조차 설 수 없게 된 꿈나무들의 상처를 누가 헤아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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