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심플’… 심플하게 생각하고 대해야[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8일 03시 00분


<87> 등원 시간에 꾸물거리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유치원 버스를 타려면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 아이는 엄마가 골라 놓은 옷은 싫고, 친구랑 약속했다며 분홍색 원피스를 입겠단다. 엄마는 조급한 마음에 약간 신경질적으로 “그제 입었던 옷이잖아. 아직 안 빨았어. 어제 말을 했어야지” 한다. 아이는 그럼 자신이 직접 골라보겠다며 서랍을 열고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금 기다려주던 엄마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아침 등원 시간,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는 “그래? 엄마가 골라 놓은 옷이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까, 오늘부터는 전날 골라 놓자. 그런데 오늘은 시간이 없어. 네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알겠는데, 오늘은 안 돼”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말해도 아이는 짜증내고 발버둥치면서 울 수 있다. 이때 같이 화를 내면 안 된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적인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이의 감정 반응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아이가 못 받아들여도 옷을 챙겨서 아이를 번쩍 안고 나와야 한다. 이때 아이를 협박하지 않는다. “너 계속 그러면 엄마 진짜 화낼 거야.” 이런 말은 필요 없다. 그냥 데리고 나오면 된다. 그것으로 아이에게 ‘상황은 알겠어. 네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나가야 하는 시간이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어제 말했어야지” “미리 골라 놓지”와 같은 말은 원인을 아이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네가 어제 말했으면 지금 이런 상황은 안 만들어졌을 것이고, 내가 편할 텐데 왜 나를 불편하게 하니?’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어제 아이한테 “내일 입을 옷 미리 골라 놔” 혹은 “내일 무슨 옷 입을 거니?”라고 묻지 않았다. 어른들의 대화라면 엄마 말이 맞을 수 있다. “미리 좀 골라 놓지. 왜 아침에 와서 이래?” 어른은 자신의 생활을 자신이 책임지고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아니다.

아이는 심플하다. 단지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상황이 안 된다. 그러면 엄마도 심플하게 “알겠어.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나가야 돼”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얌전하게 엄마의 말을 따르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우는 것을 깔끔하게 그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엄마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운다. 하지만 나가다 보면 울음을 그친다. “거봐, 그럴 거면서” 이런 말도 하지 말자. 그치면 그치는 대로 둔다.

다만 지난번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30분 만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15분 만에 그쳤다면 그것은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아, 엄마가 보니까 너 지난번보다 울음을 빨리 그치네.” 아이는 심플하게 생각하고 심플하게 다뤄야 한다. ‘내가 이 상황에서 뭘 가르쳐 주어야 하나? 마음에 안 들어도 나갈 시간에는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되겠구나’ 하면, 그것을 가르치면 된다.

아이와 이런 실랑이가 잦다면, 아침에 준비할 때 아이한테 미리 말을 해 놓는 것이 좋다. 시계를 가리키며 “바늘이 여기까지 오면 나가야 돼” 하고. 그러고 부모는 말한 대로 행동하면 된다. “네가 그 시간까지 옷을 입으면 좋겠는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엄마가 그냥 안고 나갈 거야.” 이 정도로 말해 주면 된다. 현실적으로 기다려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마냥 기다려 주는 것은 아이한테 도움이 안 된다. 현실적으로 시간에 맞추어서 해야 하는 일은, 그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여기서 많은 엄마들이 하는 실수가 있다. 기다려 준다고 해놓고 계속 아이를 채근하는 것이다.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얘기는 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 말은 “8시 다 되어 간다. 얼른 해” 정도면 족하다. 엄마가 “옷 입어” 해 놓고, 엄마 볼일을 보고 오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옷을 안 입고 있다.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때는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입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예를 들어 바지에 두 다리를 끼워 준 후, 그 다음은 아이 보고 하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엄마에게나 아이에게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또한 한가한 날, 연습을 한번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회사나 유치원에 갈 필요가 없는 주말에 마트에 가기 전에 “○○시 ○○분까지, 또는 시곗바늘이 여기 올 때까지 준비해 봐” 하고 시켜 본다. 그러고 아이가 어떻게 준비하는지 잘 관찰한다. 엄마의 마음이 여유로운 때라 아이를 빨리 준비시키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더 잘 보일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꾸물거리는 아이#조급한 마음#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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