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그제 ‘법원 개혁’ 보고서를 발표하며 법원 개혁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꼽았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7장짜리 보고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 개혁’ 다짐이 무색하게도 법원은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의 방관자로 전락했다” “김명수·윤석열 체제하에서 먼지떨이, 마녀사냥식 수사와 여론 재판이 이뤄졌다”며 김 대법원장을 9차례나 거론했다.
물론 민주연구원이 주장한 대로 영장 남발은 개선돼야 할 관행이다. 검찰이 이 정부 들어 적폐청산 수사 등에서 수사권 남용으로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된 데는 영장심사를 제대로 못한 법원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민주연구원이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시점에 법원 개혁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낸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는 정 씨를 비롯한 조 장관 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라고 법원을 압박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행동이다.
같은 날 조 장관이 검찰 개혁 추진 일정을 발표하며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영장 청구’ 관행을 고치겠다고 강조한 것도 부적절하다. 조 장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일 때 변창훈 전 차장검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이 수사 도중 수모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등 검찰의 무분별한 수사가 문제가 됐지만 청와대가 이를 문제 삼은 적은 없다. 그랬던 그가 동생의 영장실질심사와 부인의 영장 청구를 앞두고 반복적인 영장 청구 관행을 고치겠다고 한 것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재청구하지 말라고 수사팀에 외압을 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여권이 조 장관 일가 수사를 문제 삼아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공격하는 것은 국정 운영의 주체로서 무책임한 처사다. 집권 후 전 정권 공격의 핵심 수단으로 검찰을 동원하다 이젠 개혁 대상 적폐로 몰아 공신력을 땅에 떨어뜨린 데 이어 법원의 권위마저 흔든다면 이는 법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검찰 개혁도, 법원 개혁도 필요하다. 하지만 조국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잠시 미뤄 둬야 한다. 개혁의 주체는 국회가 돼야 하며, 조 장관 같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는 자격 미달이다. 개혁은 추진 목표는 물론이고 추진 과정과 추진 주체들이 국민적 동의와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혁의 진정성도 상처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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