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중에는 언론에 악감정을 가진 이가 많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특히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 쪽이다. 2005년 5월 당시 여당 국회의원이던 유 이사장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취업에 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라고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뉘앙스를 전달하지 않은 채 텍스트만 보고 문제를 삼았다” “기자들도 정상적으로 국어 쓰기와 듣기 교육을 받았을 텐데”라며 언론 탓을 했다.
▷유 이사장은 ‘조국 사태’가 터지자 ‘유튜브 언론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사무실 PC 반출은) 검찰이 그걸 압수수색해서 장난을 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는 등 어떤 매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궤변을 쏟아냈다.
▷이번에도 유 이사장은 ‘달(의혹)을 가리키는 손가락(언론)’을 공격했다. 그는 8일 ‘알릴레오’에서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한국투자증권 김모 차장의 인터뷰 녹취를 공개하며 KBS가 김 차장을 인터뷰한 뒤 보도는 안 하고 들은 내용을 검찰에 흘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 법조팀과 검찰이 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착했다는 취지다. 그런데 유 이사장은 정작 자신이 김 차장과 한 인터뷰를 방송할 때는 정 교수의 추가 증거인멸 정황 언급 등을 뺀 채 조 장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을 했다.
▷KBS 기자들은 유 이사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KBS 경영진은 조 장관 관련 취재를 해 온 기자들을 사실상 현장에서 배제하고,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인터뷰 내용 유출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해당 보도 실무책임자인 사회부장은 어제 김 차장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면서 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반발했다. 법조팀 기자들도 “회사는 왜 (유 이사장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망설이며 그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수용하느냐”며 분개하고 있다.
▷KBS 기자들의 취재와 팩트 확인 절차,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었는지는 누구도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 유 이사장이 제기한 의혹은 김 차장의 추정에 본인 의견을 보탠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언론인으로서 사실 확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유 이사장이 기본 팩트 확인조차 거른 채 무책임하게 KBS 취재진을 공격하고 나선 것도, 여권 유력 인사의 어설픈 비난에 정권 실세 비리를 취재 중인 기자를 교체하고 감찰하는 KBS 경영진도 모두 상식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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