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2일자 ‘꼬마 유튜버 돈방석, 이제 옛말?…’ 보도가 나간 다음 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A 의원실에서 전화가 왔다. 유해 소지가 있는 키즈 유튜브 채널들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국정감사를 위해 유튜브 본사와 한국지사에 관련 데이터를 요구해도 감감무소식이라는 것이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유튜브는 국내 자료 요청에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 연락 닿기조차 어렵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1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바쁜 유튜브 본사 임원들이 지난달 말 한국을 찾아 키즈 콘텐츠 기업들을 순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브가 키즈 유튜버들에 대해 주요 광고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업계도 동요하기 시작한 즈음이다. 유튜브 임원들은 주요 키즈 콘텐츠 기업들을 일일이 만나 “양질의 콘텐츠 기업들은 상관이 없다. 오히려 장난감 광고 등은 이러한 건전 키즈 채널에 더 집중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정부 당국이나 국회의 자료 요구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유튜브가 ‘수익원’인 유튜버들의 동요 조짐이 보이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국 진출 초기에 경쟁자였던 아프리카TV에서 BJ(방송진행자)들을 빼오며 세력을 키웠던 만큼 유튜브는 콘텐츠 제공자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안다. 디즈니(디즈니플러스), 애플(애플TV플러스) 등 쟁쟁한 경쟁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니 위기감은 더 클 것이다.
국내에서도 보람튜브로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튜브의 이번 조치는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또한 국내 상황을 고려했다기보다는 미국 본사 방침을 일괄 적용한 것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선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를 선정적으로 표현한 유튜버들로 시작된 ‘엘사게이트(Elsagate)’ 논란이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당장 유튜브는 올해 국감에서 제기된 불법 무기류 노출 등 불법 콘텐츠들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국가별로 알고리즘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각국 상황에 따라 개인 유튜버 콘텐츠를 더 눈에 띄게 배치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좀 더 안전하고 검증된 기존 미디어 콘텐츠들을 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키즈 콘텐츠 기업 대표는 “키즈 유튜브는 두 개로 나뉜다. 엄마 몰래 보는 영상, 엄마가 틀어주는 영상”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유튜브 시장에서도 정화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업의 출발점이었던 콘텐츠 제공자와 광고주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유튜브는 더 이상 곳곳의 문제의식에 눈 감고 귀 막고 있어서만은 안 될 일이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집어삼킨 페이스북이 각국에서 유해 콘텐츠 유통으로 철퇴를 맞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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