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원인을 자신의 안정을 위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도피하는 데 있다고 했다. 삶의 기준을 세상에 맞추다 보면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한경쟁 체제와 능력주의에 맞춰진 세상의 기준은 늘 더 높은 곳을 향해 있기 마련이다. 나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세상의 기준에 맞추다 보면 결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내가 처한 현실을 담담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불안이라는 악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쥐꼬리니 소꼬리니 하는 말은 세상이 정한 기준일 따름인 것이다. 소꼬리와 쥐꼬리가 사람을 차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사람에게 있어 유일한 차별점은 불안한 사람과 불안하지 않은 사람, 그것뿐이다.
홍창진 신부(천주교수원교구 기산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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