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작년 초계기 갈등 때의 대응 후회… 한국과 더 대화했어야”[파워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5일 03시 00분


이와야 다케시 전 日방위상 지난달 퇴임 후 한국 언론 첫 만남

이와야 다케시 전 일본 방위상은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영원한 이웃 국가로 서로 이사를 갈 수도 없다.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한국과 우호 관계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와야 다케시 전 일본 방위상은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영원한 이웃 국가로 서로 이사를 갈 수도 없다.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한국과 우호 관계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해 12월 한일 초계기 갈등 때 좀 더 시간을 들여 한국과 대화했다면 양국 관계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한 가지를 반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일본 방위상을 지낸 이와야 다케시(巖屋毅·62) 전 방위상이 지난달 10일 사퇴 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재임 기간 한일 양국은 자위대 초계기 저공비행, 한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 군사 문제에서도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그는 이런 와중에도 한국과의 안보 협력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

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일원이었던 사람으로서 내각의 방침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양국 갈등이 안보 분야에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일본 방위백서가 유사시 자위대 전투기의 독도 영공 긴급 발진 가능성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런 일은 피하고 싶다”고 우려했다.

이와야 전 방위상은 규슈 오이타(大分)현 벳푸(別府)시 출신의 8선 의원이다. 와세다대를 졸업했고 ‘지한파’로 유명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72) 전 총리의 동생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71) 중의원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최근 그의 지역구인 벳푸는 양국 갈등으로 인한 한국인 관광객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는 같은 규슈 출신의 동갑내기로 막역한 사이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62)과의 45년 인연도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직 시 한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노선에 대한 총리나 자민당 내 강경파들의 압박이 없었나.

“그렇지 않다. 방위상으로서 내가 판단한 것은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확실히 보고했다. 올해 6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비공식 회담을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먼저 ‘반드시 회담을 해야 한다’고 총리 관저에 보고했고 허락을 받아 이뤄졌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나도 정 장관도 서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보 문제에서는 한일 협력, 한미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총리는 국가 간의 협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외교적 ‘연속성’이 없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시 정 장관과의 회담에서 악수를 하며 활짝 웃었다는 이유로 자민당 일부 인사가 비판한 적도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자고 만난 자리에서 엄한 표정을 지어야 하나? 비록 힘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는 기분 좋게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이런 이와야 전 방위상의 태도를 줄곧 문제 삼아 왔다. 그가 지난달 11일 개각 전부터 일찌감치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던 이유다. 이와야 전 방위상은 퇴임 직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후임자가 한일 협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양국 안보 협력 강화는 미국도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후임자 고노 다로(河野太郞·전 외상) 방위상은 외상 재직 시절 장관급인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고 7월 남관표 주일 대사를 초치해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한일 협력을 중시하는 후임자를 원했던 그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일본 언론은 초계기 갈등 때도 총리실이 이와야 전 방위상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고 보도해 왔다.

―초계기 갈등 당시 일본 언론은 ‘일본 측이 동영상을 전격 공개한 것은 아베 총리의 지시였다’고 보도했다.

“누가 공개를 지시했는지는 답할 수 없다. 다만 당시 갈등 때 좀 더 시간을 들여 한국과 대화했다면 양국 관계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한 가지를 반성하고 있다.”

―자위대 초계기의 저공비행을 둘러싼 갈등으로 양국이 조사를 벌였지만 결론 없이 끝났다. 진실은 무엇인가.

“나는 자위대의 노력을 신뢰하고 있다. 자위대 보고가 잘못됐을 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즉, 자위대의 경계 비행은 규칙대로 이뤄졌고 한국에 위협을 주는 비행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이후 진상 조사를 위한 양국 회담이 평행선을 달렸다. 그래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임 추궁이 아니라 상호 긴장감을 없애고 미래를 위한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렇다. 묻어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올해 7월 러시아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발간된 일본 방위백서는 유사시 자위대 전투기의 긴급 발진 가능성을 포함시켰는데….

“일본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를 일본 영토로 생각한다. 이를 감안할 때 이론상으로 영공 침범 조치의 대상이 되지만 현재까지 그렇게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지 않다.”

―미래에는 독도 상공에서 양국 전투기가 발진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한국과의 일촉즉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피하고 있다.”

―8월 말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소식을 듣고 어땠나.

“많이 놀랐다. 나는 (지소미아 연장을) 낙관적으로 생각했었다. 양국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계속 말해 왔고 한국에서도 내 메시지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파기 결정의 최종 판단을 누가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군인 출신의 정경두 장관이 그런 판단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고노 다로 당시 외상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소미아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놀랍다.”

―2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후 일본 정부는 당초 2발로 발표했다 1발로 정정했다.

“미사일 종류 및 발사 방법 등이 매번 다르기에 정확한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양국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최근 1년간 11회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능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한일 대화가 어렵다면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화해 지소미아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다음 달 22일까지 재검토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나.

“일본은 과거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문화를 만들었고 한반도로부터 많은 문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한반도를 침탈했다. 은혜가 있는 곳에 아픈 기억을 가져다준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 우익 세력의 혐한 관련 목소리가 걱정된다.”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급감했는데….

“안 그래도 걱정이다. 지역구인 벳푸 숙박업 관계자들이 많이 우려하고 있다. 일부는 ‘손님이 줄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악화된 양국 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 모두 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다. 서로의 장래를 위해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남북 관계, 한반도, 중국의 역할 등을 함께 생각하며 풀어가야 한일 문제도 풀릴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자’는 생각은 방위상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의 방에는 의외의 인물과 찍은 사진이 있었다. 바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그는 “같은 규슈 출신인 손 회장과는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 때 만나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며 “처음 밝히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

“나는 벳푸, 손 회장은 후쿠오카현 출신이다. 고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한 친구가 ‘재미있는 녀석이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며 소개해 줬다. 학교를 같이 다닌 적은 없지만 동향이라 그런지 처음 만날 때부터 마음이 잘 맞았다. 지금까지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우리 둘은 만나서 ‘나’ ‘너’ ‘손’ ‘이와야’ 이런 식으로 편하게 말을 한다. 종종 ‘네가 이렇게 큰 사업가가 될 줄 몰랐다’는 농담도 한다. 손 회장은 그냥 웃고 만다.”

○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 약력

△1957년 규슈 오이타현 벳푸 출생
△1981년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정치학과 졸업
△1990년 중의원 의원 당선, 현 8선(選) 의원
△2006년 제1차 아베 신조 내각 외무 부대신
△2012년 자민당 안보조사회장
△2018년 10월∼2019년 9월 방위상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
#초계기 갈등#이와야 다케시#한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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