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나는 동아일보 칼럼에서 악화되는 한일 관계가 우려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 대해 논했다. 당시 한국 기업 리더들은 일본 기업이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강제노동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한국 대법원의 결정 때문에 비즈니스와 정치 지도자들 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됐다는 일본의 오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의 권고 속에서 그런 역사적 문제를 극복하고 전략적, 경제적으로 공통의 이해를 추구하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을 밝힌 바 있다.
불행히도 그런 내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7월부터 한일 양국은 동북아시아 무역과 안보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와 안보 조치들로 갈등 영역을 확대했다.
일본은 7월 초 한국의 전자제품 생산에 핵심적인 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통해 역사 문제를 무역 분야로 옮기는 첫 단계를 밟았다. 이후 민간 및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을 수출할 때 신속한 승인을 받도록 하는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일본은 수출 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는 앞세웠지만, 그 결정이 내려진 시기와 이에 대한 설명(commentary)으로 볼 때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후 한국 정부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한국 정부는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했다. 2016년 미국의 강력한 지원 속에 체결된 이 협정은 한국과 일본 간에 실시간으로 직접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북한의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아직 협정은 유효하지만 정부가 이 결정을 뒤집지 않으면 11월 22일 만료된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 간 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침묵하고 있지 않았다. 양국 간 분쟁에 무역 문제를 끌어들인 일본의 결정에 놀라고 실망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양국이 보복 조치를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입장차를 해결하도록 촉구했다. 특히 미국은 지소미아가 군사적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종료하기로 한 한국의 결정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한일 관계를 훼손하는 역사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 양국이 휴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첫째, 지소미아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이 수출 제한 조치를 취소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무역 분야의 협의는 현재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통제와 관련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양자 간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한국 대법원의 판결 문제가 남아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전쟁 보상이 이뤄졌다는 법적 주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배상하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부 저명한 한국인은 그 목적을 위한 기금 마련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한국과 일본만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양국의 오랜 친구로서 나는 양국이 최근 조치들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일본이 역사 문제를 무역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은 잘못이었고, 이를 안보 영역으로 끌어들인 한국의 지소미아 관련 결정은 오류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제 양국 간 법적 분쟁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찾을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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