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아동 DNA 보관 규정, 현실에 맞게 바꿔야[현장에서/위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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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아동을 찾는 전단들. 보건복지부 제공
실종 아동을 찾는 전단들. 보건복지부 제공
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유전자(DNA)는 장기 실종 아동을 찾는 가족들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실종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부모가 기억하는 모습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모가 절박한 심정으로 전국을 헤매도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 DNA 대조는 부모와 실종 아동이 재회할 확률을 높여주는 방법이다.

2005년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경찰은 실종 아동과 실종 장애인, 그리고 이들을 잃어버린 가족들의 DNA를 채취해 대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DNA를 검사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는 순간 검사기관의 장(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지체 없이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자 혹은 법정대리인이 10년 이내에서 연장을 요청할 경우에만 보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받은 ‘DNA 검체 신상정보 접수 10년 이상 통계 현황’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 8월까지 접수된 전체 DNA 검체 신상정보는 3만6050건이다. 이 중 2004∼2008년에 접수돼 검사일이 10년 넘은 것은 2만341건으로, 전체의 56.4%에 해당한다.

법대로라면 검사자의 연장 요청이 없는 DNA 정보는 폐기됐어야 했다. 그러나 2017년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그리고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기관은 당사자의 의사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정보를 폐기하지 않기로 협의했다. 실종 아동이나 가족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DNA를 폐기해 재회할 기회를 빼앗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DNA를 등록한 가족들도 본인의 검사일자를 정확히 기억하기 쉽지 않은 데다 보관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관련 기관들의 결단 덕분에 최근까지도 접수된 지 10년 넘은 DNA로 잃어버린 가족들이 만나고 있다. 2017년부터 올 8월까지 DNA 대조를 통해 가족을 상봉한 137건 중 접수된 지 10년 넘은 DNA를 대조해 찾은 경우는 22건(16%)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장기 실종 아동은 678명. 이 중 실종된 지 10년이 넘은 아동은 545명으로 전체의 81%다.

법 제정 당시 5년이던 DNA 보관 기간은 10년으로 늘었다. 인권단체의 주장대로 DNA 관리가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종 아동 유관기관도, 실종 아동을 둔 가족도 “아이를 찾기 전까지는 10년이라는 기한이 너무 짧다”고 입을 모은다. 10년이 지나도 DNA를 폐기하지 않는 현실과도 동떨어진 규정이다. 가족들이 실종 아동과 재회하는 그날까지 DNA가 폐기되지 않도록 보관 기간을 현실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wizi@donga.com
#실종 아동 dna#유전자#장기 실종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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