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자 시중은행들도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나섰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무역 분쟁과 경기 둔화,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를 예대마진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은행권의 움직임은 자칫 금리인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까 우려스럽다.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떨어지기 전인 올 상반기 이미 앞다퉈 예금금리를 내린 바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말 2.17%에서 올해 5월에는 1.97%로 0.20%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3.61%에서 3.49%로 예금금리 인하 폭의 절반 수준인 0.12%포인트만 떨어졌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대출금리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내리면서 예대마진을 늘려 잇속을 챙긴 것이다. 그 결과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한 20조6000억 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또다시 수신금리는 재빨리 내리고 대출금리는 천천히 인하하는 구태를 반복하면 이는 고스란히 서민, 중산층 가계에 부담으로 전가된다. 은행은 수신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하며, 대출금리도 수신금리와 보조를 맞춰 발 빠르게 조정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이 시장금리와 무관하게 수신금리를 과도하게 내리거나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일이 없는지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크다.
시장금리와 연동되는 대출금리와 달리 수신금리는 산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은행들은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자의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조정해가며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를 해왔다.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예대마진 장사에 의존하는 은행들의 영업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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