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갈대 풍경이 가을 정취를 한껏 돋운다.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했다. 인간은 비록 미천한 존재이지만 사유를 통해 우주를 품을 수 있는 엄청난 존재도 된다는 말이다.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 인간이 기후변화로 지구가 멸망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보니 파스칼의 말이 과히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산업화 이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만들어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 지구온난화론자의 주장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란 경고가 유엔과 그 산하 전문 기관(IPCC)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온난화 재앙을 경고하는 사람들을 ‘불안 조성자(Alarmist)’라고 비난하면서 이들의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회의론자(Skeptic)’들도 있다. 이들은 온실효과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인간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더 많은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구온난화에는 온실효과 이외에도 지구 공전 궤도, 해류, 화산 폭발 등이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온실효과에 대한 기여도는 수증기가 95%, 이산화탄소가 4%, 나머지 온실가스가 1%여서 이산화탄소의 역할 자체가 작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97%는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고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3%에 지나지 않아 결국 인간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는 0.12%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전 세계 500명의 과학자가 유엔 사무총장에게 현재의 기후변화 종말론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의 옹호론자이든 회의론자이든 어느 한편의 주장을 무시하기에는 각각의 과학적 근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양측이 일치하는 합의점은 ‘어느 과학자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재앙이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여기에는 소위 ‘파스칼의 내기’가 답을 얻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수학자이자 신학자인 파스칼은 신을 믿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합리적 방법을 확률로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신을 믿건 안 믿건 손해 볼 게 없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신을 믿지 않을 경우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를 지구온난화에 대입해 보자면, 지구온난화를 믿고 대비할 경우 설령 재앙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익이 된다.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자연에너지 기술을 발전시켜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화석연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혜택까지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고 화석연료를 무절제하게 사용한다면 기후 재앙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염된 환경 속에서 고통을 받을 것이며, 혹시 온난화 재앙이 발생하게 된다면 인간은 멸망에 이르게 된다. 결국 ‘생각하는 갈대’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은 여전히 지구온난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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