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경제인들이 기업 투자를 어렵게 하는 한국의 규제 환경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어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라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갈라파고스 규제는 글로벌 기업이 맞추기 불가능하며 한국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일갈했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육지와 단절돼 독특한 동식물군을 이룬 갈라파고스 섬들처럼 국제흐름과 동떨어져 특정 지역에만 있는 규제를 뜻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처럼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관리 대상이 아닌 부분까지 CEO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들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적 자원과 정보기술(IT) 인프라, 얼리어답터가 많은 소비자 시장 등이 매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에만 있는 규제와 노사 대립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들이다. 올해 1∼9월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135억 달러(약 16조 원)로 작년 동기보다 30% 줄었다. 반면 올 상반기 한국 기업과 국민의 해외 직접 투자는 3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외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투자와 수출까지 가로막는다. 한국에서만 불법인 원격의료 및 개인정보와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스마트 헬스케어에 대한 규제들이 대표적이다. 어제 좌담회에서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한국에만 초점을 맞춘 규정들이 외국 기업의 활동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제약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개혁을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141건으로 올해 목표치 100건을 넘었다지만 건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2년 한시 적용인 데다 6개월이 지나면 재심사를 받아야 하고 중간에 다른 규제를 들고나오는 경우가 많다. 규제 샌드박스가 공무원 실적용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투자’를 10번이나 언급하며 민간 활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의 규제개혁 체감도가 이렇게 낮아서야 투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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