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타려면 ‘노 벨’하라[육동인의 業]〈27〉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9일 03시 00분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매년 10월은 노벨상 발표 시즌. 우리는 올해도 객석에서 박수만 쳐야 했다. 이웃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연속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정감사장에선 자연스럽게 노벨상 얘기가 나왔다. 관심사는 역시 우리는 왜 노벨상을 못 타는가. 한 의원이 질책했다. “과학기술인들의 노력이 부족하고 마음가짐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정부에서 장관직까지 지낸 관료 출신인 그가 지적한 ‘잘못된 마음가짐’은 과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지 않고 관리자가 되려고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 과학수준을 그래도 이만큼이나 발전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자부하는 KIST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속마음은 시쳇말로 “너나 잘하세요”다. 정부가 예산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시시콜콜한 규제와 간섭이 너무 많다는 불만이다. 그런 상황에서 연구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냐는 것이다.

과학계엔 이런 유머가 있다. 정부가 충분한 자금과 시간을 주지도 않으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연구 진도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벨(bell)’을 누르는데, 최소한 그 벨만 없애도, 다시 말해 ‘노 벨(No Bell)’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식당에서 종업원 부르는 벨을 필요 이상으로 너무 자주 누르면 종업원들이 서비스 질을 높이려 노력하기보다는 짜증만 낼 것이라는 논리와 같다.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유대인들이다. 역대 수상자 중 유대인 비율은 20∼22% 선이다. 특히 경제학상 수상 비율은 40%에 이른다. 유대인 인구는 약 1500만 명. 세계 인구 비중의 0.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랄 만한 비율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학자들을 다그치기 전에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많이 타는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봤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의 노벨상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을 최우선시하는 풍토다. 그것도 창의 교육이다. 물론 그들이 생각하는 창의성은 우리와 판이하다. 우리는 ‘남보다 뛰어남’을 강조하는 데 비해 그들은 ‘남과 다름’을 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한 학급에 30명이 있을 경우, 남보다 뛰어남이 기준이면 1등은 1명밖에 없지만 남과 다름을 추구할 경우 30명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있다. 인구가 적은 유대인들 사이에 1등 숫자가 많은 까닭이다.

경제학상을 많이 받는데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돈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수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면서 ‘돈이 목숨을 구한다’ ‘모든 것은 돈으로 얘기한다(money talks)’는 생각을 뼛속 깊이 새기게 됐다. 돈을 중시하는 만큼 돈을 다루는 경제에 관심이 많다. 금융계 등에서 세계적인 유대인 부자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노벨상을 원하면 그에 걸맞은 투자를 해야 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노벨상#노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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